[소치동계올림픽-오늘의 스타] 男 최고령 우승 에이나르 비에른달렌·女 최고령 우승 마리트 비에르옌

입력 2014-02-10 01:31

에이나르 비에른달렌-불혹에도 펄펄 최다 메달 타이

마리트 비에르옌-메달 8개 먹고도 아직 金 고프다


두 노르웨이 베테랑 남녀 선수가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주인공은 바이애슬론의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40)과 마리트 비에르옌(34)이다. 운동선수로는 환갑에 이른 이들은 “인생은 뭔가를 포기하기엔 너무 짧다”며 불굴의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40세라는 사실은 잊었다”=비에른달렌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의 라우라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남자 스프린트 10㎞에서 24분33초5를 기록해 우승했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 같은 종목에 출전, 금메달을 따낸 비에른달렌은 지금까지 금메달 7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 등 총 12개의 메달을 획득해 크로스컨트리의 비외른 댈리(노르웨이)의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댈리는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부터 1998년 나가노올림픽까지 금메달 8개와 은메달 4개를 목에 걸었다. 댈리가 보유한 동계올림픽 최다 금메달(8개) 기록에 1개 차로 다가선 비에른달렌은 12.5㎞ 추월과 남자 및 혼성 계주에도 출전할 예정이어서 댈리를 넘어설 수도 있다.

비에른달렌은 또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개인 종목에서 우승한 40대 선수가 되는 기쁨도 안았다. 동계올림픽 개인 종목 최고령 금메달 기록은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스켈레톤 선수 더프 깁슨(캐나다)이 세운 39세였다.

비에른달렌은 금메달을 따낸 뒤 “내가 40세라는 사실은 잊고 있었다”며 “마치 20대 때의 느낌이다.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매일 훈련에 전념한 결과 오늘이 있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메달은 이제 충분히 땄다. 이후로는 보너스라 여기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유를 보였다. 비에른달렌은 2022년 동계올림픽 이전에는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철의 여인’ 도전은 계속된다=‘설상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크로스컨트리. 체력 소모가 극심해 나이가 들수록 하기 힘든 종목이다. 그러나 ‘철의 여인’ 비에르옌에겐 예외다. 비에르옌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여자 7.5㎞+7.5㎞ 스키애슬론(추적)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33세324일째 되는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건 비에르옌은 스테파니 벨몬도(45·이탈리아)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에서 세운 역대 최고령 여자 크로스컨트리 금메달 기록(33세27일)을 경신했다. 비에르옌의 이번 메달은 올림픽에서 개인 여덟 개째다.

비에르옌은 올림픽에 네 번째 참가하는 크로스컨트리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여자 크로스컨트리 6개 종목 모두에서 세계 정상급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에르옌은 소치올림픽에서 6개 종목에 출전한다.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4×5㎞ 계주 은메달로 시작된 비에르옌의 메달 수확 행진은 2006년 토리노올림픽 10㎞ 개인출발 은메달로 이어졌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선 여자 7.5㎞+7.5㎞ 스키애슬론과 개인 스프린트, 4×5㎞ 계주를 석권(3관왕)했다. 비에르옌은 밴쿠버에서 30㎞ 단체출발 은메달, 10㎞ 개인출발 동메달도 추가했다.

“비에르옌이 벌써 타이 기록을 세웠다”고 말하는 노르웨이 팬들도 있다. 동거 중인 연인 프레드 뵈르 룬트베리(45)가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개인출발 등에서 4개의 메달을 따냈기 때문. 노르웨이의 ‘동계올림픽 커플’인 이들은 올림픽에서 12개의 메달을 함께 수확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