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기준] 정부 기준 무엇이 문제였나… ‘고무줄 중산층’ 국민 공감 못해

입력 2014-02-10 02:31 수정 2014-02-10 06:59


정부는 그동안 중산층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십분 활용했다. 정책효과를 설명하면서 입맛에 맞는 기준을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중산층의 기준이 오락가락하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어져 정책효과도 반감됐다.

중산층 기준과 관련해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은 지난해 8월 세제개편안 발표 때다. 정부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개편하는 안을 발표하면서 연소득 3450만원 이상인 근로자는 세 부담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중산층 기준의 상한선은 5인 이상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상용직 월평균 임금의 150%인 5500만원으로 봤다. 연소득 3450만∼5500만원이 중산층이라고 제시한 것이다.

여론은 들끓었다. 정부의 중산층 기준이 국민들 인식보다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0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통계청이 제시한 2012년 기준 중산층 중위 가처분소득은 월 354만원이지만 국민들은 월 500만원은 돼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중위소득 50∼150%) 중산층에 포함되는 응답자의 54.9%도 자신이 저소득층에 속한다고 답했다. 국민들 다수는 부채 없이 30평 이상 아파트를 보유하고 자동차의 경우 2000㏄급 이상은 타야 중산층이라고 본다.

정부는 OECD 기준이 공식 중산층 기준이라고 설명하지만 일관성은 없었다. 이명박정부 첫해인 2008년에는 중산층 상한선이 8800만원으로 제시됐다. 당시 정부가 추진했던 감세정책이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일자 서민과 중산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중산층 기준선을 높인 것이다. 8800만원은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실제 연소득은 1억2000만원 수준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명예퇴직이 일상화되고 일자리가 시간제로 바뀌는 등 중산층의 생활 여건이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점도 정부 통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소득을 기준으로 한 중산층의 정의가 다양해져야 하는 이유다. 특히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가구는 살림살이가 팍팍하고 노후 대비도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중산층 범위에 포함돼도 체감도가 더 떨어진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9일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는 중산층이 늘면서 사회 양극화로 이어졌다”며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주주들에게 집중된 것도 중산층 몰락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