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기준이 바뀐다] “삶의 여유와 문화 향유하는 집단”…다차원적 개념 제시

입력 2014-02-10 03:31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다차원적인 중산층 개념을 제시키로 했다. 이는 통계와 현실 간 괴리가 존재하는 현행 중산층 기준을 보완하는 게 중산층 70% 복원 대책의 첫걸음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중산층 70% 목표는 현 중산층 기준에 따라 정해졌다. 이 때문에 기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사용하는 중산층 기준을 중심에 놓고 새로운 기준을 보조지표로 사용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 다차원적 중산층 정의 내놓는다=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중산층 70% 복원이 국정과제로 정해지면서 기획재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과 합동으로 ‘중산층 기반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중산층의 기본 개념을 정했다. TF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책임성을 지니며, 어느 정도의 삶의 여유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집단’이라고 1차 결론을 내렸다. 이후 TF는 이런 사회·경제·문화적 다차원적 정의를 포함한 중산층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연구했다.

TF는 소득 이외에 가구가 갖고 있는 순자산에 주목했다. 순자산은 금융자산,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이다. 현재 기초노령연금 산정 등에서 사용되는 방식으로 소득에 재산을 금액으로 환산해 이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TF 시뮬레이션 결과 순자산을 포함할 경우 중산층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은 현행 4251만원(4인 가구 기준)에서 1400만원 정도 늘어난 5600만원 안팎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개념을 뺀 사회·문화적 정의는 지난해 11월 KDI가 실시한 중산층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산층 결정의 주된 요인을 최종 선별하고 있다. 정부는 문화소양과 사회적 활동을 중시하는 선진국의 중산층 정의 사례도 참고로 보고 있다.

◇중산층 70%, 숫자의 딜레마=정부가 통상적으로 쓰는 OECD 기준에 따른 중산층은 연소득이 2126만∼6377만원(2012년, 4인 가구 기준) 가구다. 이 기준에 따르면 월 소득이 180만원인 4인 가구도 중산층이다. 그러나 이는 올해 4인 가구 월 평균 최저생계비 163만820원을 겨우 웃도는 금액이다. 중산층 기준이 지나치게 관대하게 정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정부의 중산층 70% 복원 목표도 이 기준에 따라 정해졌다는 데 있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9일 “우리 사회는 소득보다 자산이 훨씬 불평등하게 배분돼 있다”면서 “소득에서 자산을 추가한 보완된 중산층 지표가 나오면 중산층 비중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TF의 한 관계자도 “중산층 보조지표를 사용하면 중산층 70% 복원은 사라져야 하고 육성 내지 확대로 표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70%는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70% 숫자는 건드리지 않는다”면서 “숫자를 주물럭거리면 중산층 강화, 복원이라는 실체가 더욱 멀어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현행 OECD 기준 중산층 정의를 중심에 두고 다차원적 중산층 개념을 보조지표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세제개편안 논란 때처럼 또 다시 중산층 개념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재현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정부, ‘진짜’ 중산층 타깃으로 한 대책은=국민들이 체감하는 중산층 개념을 제시하는 것은 중산층 강화 대책의 타깃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미라고 정부는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 소득 기준으로 중산층 70%를 복원하려면 저소득층을 지원하면 되는데 이것은 저소득층 대책이지 중산층 대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중산층 기반 강화를 위해 현재 중산층에 속한 사람들이 직접적 혜택을 받는 가계부채 경감, 주거비·사교육비 부담 완화 등의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계층 간 활발한 이동을 촉진하기 위한 교육격차 완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TF 관계자는 “부모들의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에 어릴 적부터 교육 격차로 상·중·하 계층이 고착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중산층을 두텁게 하기 위해서는 공교육 정상화, 저소득층 보육서비스 확대 등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