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 말하는 중산층은… 악기 다루고 기부하고~
입력 2014-02-10 03:31 수정 2014-02-10 06:57
선진국의 중산층 기준은 소득과 재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교양과 사회적 책임의식을 중시하는 편이다. 노동시간이 많은 우리나라와 달리 법에 보장된 휴가를 모두 쓰는 여유도 만족도를 높인다.
프랑스의 경우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이 제시한 기준이 꼽힌다. 퐁피두 전 대통령은 외국어를 구사하고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것을 중산층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손님들이 왔을 때 대접할 수 있는 요리 실력,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산층의 필수요건이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페어플레이 정신, 불의·불평·불법에 대응할 것,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약자를 두둔할 것 등을 제시한다. BBC방송은 지난해 인맥 등의 사회적 자본, 문화적 자본을 기준에 포함시켜 중산층을 구분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중산층의 기준으로 부정과 불법에 저항할 것,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것 등을 예로 든다.
선진국에서는 경제적 안정뿐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의 책임감,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일상에서 실천하는지 여부를 중산층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 확대가 사회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월소득 500만원 이상, 예금잔고 1억원 이상 등 소득과 자산 위주로 중산층을 나누는 우리 기준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의 경우 중산층 확대가 각종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결고리가 분명치 않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소득 수준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2010년 기준 미국의 중산층 평균소득을 6만9487달러(약 7473만원, 3인 가구)로 제시한 바 있다. 독일에서는 월평균 3580유로(약 522만원)를 중산층 기준으로 본다. 특히 독일에서는 연간 30일 정도인 휴가를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삶의 만족도가 높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월소득 500만원 이상을 중산층으로 보는 국민들 인식은 최저 수준인 셈이다.
선진국에서 제시하는 중산층 기준이 우리 정책 환경과는 맞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저소득층 지원을 통한 중산층 강화 등 대책을 이끌어내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9일 “선진국에서 논의되는 중산층의 조건들은 경제계급이 아니라 사회계급을 반영하고 있어 계층 이동이 어렵다”며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소득에 기반한 분석 틀이 여전히 유용하다”고 지적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