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무죄’ 판사에…보·혁 입맛따라 극찬·비난, 재판 평가 ‘경박한 네티즌’
입력 2014-02-10 03:31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이범균 부장판사(50·사진·사법연수원 21기)가 정치적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 진보 진영은 ‘권력의 눈치를 봤다’는 식으로 비판하고 있고, 보수 진영은 ‘법리와 원칙에 충실한 판결’이라고 호평 중이다. 이 판사가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주로 선거법과 부정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다. 이 판사의 판결이 나올 때마다 진보·보수 진영의 평가는 엇갈렸다.
이 판사는 지난해 8월 탈북자 200여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간첩)로 구속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유모(3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가정보원이 공들여 수사한 간첩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자 진보·보수 진영은 들썩였다. 진보 성향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당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역사적 판결”이라는 논평을 냈다. 보수 측에서는 ‘좌경 판사, 386 운동권 판사’라는 험담이 나왔다. 인터넷상에서는 “판사 고향이 어디냐”는 식의 막말 댓글도 달렸다. 이 부장판사는 서울 출신으로 경성고, 서울 법대를 나왔다.
이 판사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백설공주’로 풍자한 포스터를 그렸다가 기소된 이모(46)씨에게 지난해 10월 무죄를 선고했다.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당 이석현 의원과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가 국정원 사건 재판을 맡게 되자, 인터넷상에서는 ‘386 판사 손에 박근혜 정권의 운명이 달렸다’는 식의 글들이 올라왔다.
보수와 진보의 평가는 지난 6일 김 전 청장 선고로 뒤바뀌었다. 민변은 지난 7일 “재판부가 진실을 감추려는 사람들의 편에 섰다”고 했다. 민주당은 8일 “살아있는 권력의 입맛에 맞춘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이 판사는 판결에 앞서 “적법한 증거를 중심으로 법관 양심에 따라 판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법원을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9일 “자신의 입장에 불리하면 ‘정치적 판결’이고 유리하면 ‘법리적 판결’로 인식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