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윤지충과 동료 123위’ 시복 결정
입력 2014-02-10 01:36
프란치스코 교황이 조선시대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순교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에 대해 시복을 결정했다고 8일 교황청이 밝혔다. 교황이 대전에서 8월 열리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이 발표되면서 교황의 한국 방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교황청이 시복 결정을 내린 124명은 최초의 천주교 박해사건인 1791년 신해박해부터 1866년 병인박해 기간에 순교한 천주교 초기 신자들이다. 시복은 가톨릭교회가 공경하는 인물을 ‘성인(聖人)’ 이전 단계인 ‘복자(福者)’로 선포하는 것을 뜻한다.
시복이 결정된 이들은 1801년 신유박해 순교자 53명, 1839년 기해박해를 전후한 순교자 37명, 병인박해 순교자 20명, 신유박해 이전 순교자 14명이다. 대표적인 인물 윤지충은 고종사촌 정약용을 통해 천주교를 받아들인 인물로, 어머니 장례를 제사 대신 천주교식으로 치렀다는 이유로 1791년 전주 남문 밖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이 밖에 정약용의 셋째 형 정약종, 조선에 입국한 첫 성직자 중국인 주문모 등도 포함됐다.
역대 한국 천주교에서 시복시성된 인물은 한국 최초의 신부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신부 등 병인박해 순교자 103명이 있다.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으로는 처음 한국을 찾아 시성식을 직접 주재한 바 있다. 하지만 선교사들이 국내에 파견되기 전에 한국 천주교회를 일궈낸 인물들은 당시 누락됐다.
한국 천주교는 103위 시성식 이후 관련 조사를 진행해 2009년 모두 125위에 대한 시복 청원서를 교황청에 제출했고,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시복이 확정되면 교황청은 시복을 신청한 교구와 사전 조율을 통해 시복 일정과 장소를 결정한다. 천주교 관계자는 9일 “교황청과 조율해서 추후 시복식 일정을 정할 것”이라며 “교황의 방한 여부에 따라 시복식 일정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 해외선교기구인 아시아뉴스는 교황이 아시아청년대회 개막에 맞춰 8월 13일 방한해 15일 시복식을 주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