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사냥꾼’ 탓 퇴색한 정부 홍보대사
입력 2014-02-10 01:35
초·중·고·대학생들을 상대로 ‘홍보대사’ 제도를 운영하는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스펙 사냥꾼’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진학 및 취업용 ‘스펙’ 한 줄 얻으려 합격만 해놓고 활동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반면 기업이 운영하는 홍보대사는 직접적인 취업 혜택을 노려 열띤 경쟁이 벌어진다.
환경부는 2008년 8월부터 홍보대사로 ‘블로그 기자단’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지난해 9월 선발된 10기 65명이 활동 중이다. 모집 당시 초·중·고·대학생 130여명이 몰려 치열한 경쟁을 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나는 동안 기사를 한 건 이상 작성한 인원은 전체의 20%도 안 되는 10여명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중·고생은 어머니가 대신 지원하고 노골적으로 ‘스펙 쌓으러 왔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환경부는 올해 모집 공고에서 1건 이상 기사를 작성해야 수료증을 주겠다고 명시했다. 발만 걸쳤다가 수료증 달라고 요구하는 학생이 많아서다. 이 관계자는 “적극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할 지경”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2010년부터 홍보대사를 뽑아온 국무총리실은 최근 이 제도를 아예 폐지했다. 역시 전체 20여명 중 꾸준히 활동하는 건 5∼6명뿐이어서다. 총리실 관계자는 “발대식에 와서 최선을 다하겠다던 학생들이 2∼3개월만 지나면 전화도 잘 안 받았다”며 “이름만 올려두고 다른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스펙 사냥꾼’들은 각 기관의 홍보대사 혜택을 비교하며 일이 쉬우면서도 활동비가 더 많은 곳을 택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다른 단체 홍보대사는 외국도 보내주는데 왜 여기는 지원이 적냐고 항의하다 연락이 끊긴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입사지원 때 서류전형 등을 면제해주는 기업 홍보대사는 ‘낙오자’ 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호건설은 홍보대사 ‘파블로’ 10기로 대학생 20명을 뽑았다. 300여명이 몰려 1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팀을 이뤄 활동하고 입사 때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기수마다 중간에 그만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20기를 뽑은 신한은행 홍보대사에는 80명 모집에 2500여명이 몰려 3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은 매달 활동비 20만원과 함께 신한은행 지원 때 가산점을 받는다. 지금까지 배출된 홍보대사 1800명 중 150명이 신한금융그룹에 입사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