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유조선 충돌·기름유출 사고… 해경, 원인·책임소재 규명 난항
입력 2014-02-10 02:31
지난달 31일 발생한 전남 여수 ‘우이산호 충돌 유류유출 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해양경찰의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사고 직후 수사에 나선 여수해경은 “여수 해상교통관제센터 영상자료와 유조선 선박항해기록장치 등을 확보해 충돌사고 전후의 운항 상황에 대한 정밀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9일 밝혔다.
해경은 영상자료와 항해기록을 토대로 충돌 사고를 유발한 우이산호 선원들이 예인선과 밧줄연결 등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여부와 GS칼텍스 측이 30분 정도 신고를 미루는 바람에 피해가 커지게 된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해경은 또 23년 경력의 베테랑 도선사가 부두 접안을 할 당시 평소보다 빠른 속도를 낸 배경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경은 입·출항을 책임지는 도선사가 예정 항로를 벗어나 부두 옆에 설치돼 있는 송유관을 들이받을 때까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초 단위’로 분석하고 있다.
사고 당시 도선사는 안전속도 2~3노트를 초과한 시속 7노트로 선박을 운항토록 했다가 진행방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해경은 이와 함께 사고 유조선과 무선 교신을 통해 안전한 접안을 유도해야 될 해무사가 현장에 없었던 경위도 캐고 있다.
사고 유조선이 예정 시각보다 65분 빨리 부두에 접안을 시도하고 지연신고를 한 GS칼텍스 측이 당초 유출된 원유량을 축소 발표해 초기 방제대책 수립에 차질을 빚게 한 것도 수사 대상이다.
하지만 해경은 도선사와 해무사의 과실로 사고가 났더라도 현행법이 해상사고의 모든 책임을 일단 선장에게 묻도록 하고 있어 형사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항만의 해저 지리와 해류 흐름을 꿰뚫고 있는 도선사가 어떤 이유로 평소보다 유조선 운항속도를 높였는지 밝혀내는 게 수사의 핵심”이라며 “충돌사고의 1차적 책임은 유조선 선장이 지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GS칼텍스를 피해자가 아닌 ‘제2의 사고주체’로 간주하고 명확한 사고책임을 가려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고 8일 만에 부상자 발생 사실을 처음 알게 되는 등 부실수사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