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다시 모이려면 서로 욕심 버려야”… ‘들국화, 눈꽃으로 피다’ 공연 앞둔 기타리스트 조덕환
입력 2014-02-10 01:33
밴드 들국화의 초대 기타리스트, 들국화의 명곡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세계로 가는 기차’ ‘축복합니다’ 등을 만든 작곡가, 1985년 발매된 들국화 1집에만 참여한 뒤 87년 돌연 미국으로 떠났던 사람, 그리고 22년이 흐른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와 2011년 자신의 첫 솔로 음반을 발표했던 가수….
이러한 삶의 주인공은 바로 싱어송라이터 조덕환(61)이다. 그가 14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에 위치한 라이브 카페 인디톡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콘서트를 연다. 공연명은 ‘들국화, 눈꽃으로 피다’.
콘서트를 일주일 앞둔 지난 7일 공연장인 인디톡을 찾아가 조덕환을 만났다.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들국화에 관한 조덕환의 생각도 궁금했다. 알려졌다시피 들국화는 조덕환이 가담하지 않은 가운데 2012년 재결성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밴드의 드러머인 주찬권이 갑자기 별세하면서 팀은 또다시 해체됐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본 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날 인터뷰 내내 그의 태도는 신중했다. 지난해 발매된 들국화 신보엔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공연명 ‘들국화, 눈꽃으로 피다’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공연명은 내가 아닌 기획자(김지현 인디톡 대표)가 지은 거다. (들국화 출신인) 내가 겨울에 여는 공연인 만큼 ‘들국화’ ‘눈꽃’ 같은 단어가 들어간 게 괜찮게 들렸다.”
-콘서트를 열게 된 이유가 있을 텐데.
“원래는 (1970년대 대표적 포크 가수 중 한 명인) 양병집(63) 선배가 공연을 열고 난 게스트로 참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양병집 선배가 자신은 게스트로 나갈 거니 조덕환의 공연을 열라고 했다. 상황이 거꾸로 돼버린 것이다. 그런 만큼 공연에선 양병집 선배의 무대도 마련된다. 발매 시기는 확정 안 됐지만 나의 2집에 담길 신곡 중 7곡 정도도 미리 들려드릴 생각이다.”
-지난해 12월 들국화 원년 멤버인 전인권(60·보컬) 최성원(60·베이스)이 고(故) 주찬권과 함께 27년 만에 새 음반을 발표했다. 들국화 재결성엔 왜 함께하지 않았나.
“재결성에 가담하지 않았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서로 너무 오래 떨어져 살아서인지 과거와 같은 ‘의기투합’이 안 됐다. 둘째는 음악적 견해가 서로 달랐다. 들국화 새 음반에 대한 내 생각은 단호했다. ‘신곡으로만 채운 앨범이어야 한다’ ‘들국화 1집을 뛰어넘어야 한다’…. 하지만 멤버들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신곡보다 과거의 레퍼토리를 다시 들려주려 했다.”
-들국화의 새 음반을 들어봤을 텐데.
“재결성에 함께하진 않았지만 들국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 하지만 새 음반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음반에 담긴 총 21곡 중) 신곡은 5곡 밖에 없었다. 그마저 이들 신곡 역시 별 감동이 없더라. 새롭지 않았다. (에너지가) 펑 터지는 노래들이 아니었다.”
-주찬권의 별세로 밴드는 다시 해체됐다. 나머지 멤버들끼리 들국화를 재결성할 순 없을까.
“주찬권이 떠난 건 마음 아픈 일이었다. 너무 일찍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지난해 들국화 신보가 나온 뒤 최성원에게 전화를 했다. 최성원은 이렇게 말하더라. ‘들국화는 더 이상 존재하기 힘들 것이다.’ 나머지 멤버들끼리 다시 모이려면 서로가 마음을 비워야 한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내년이면 들국화 1집이 나온 지 30년이 된다. 소감이 남다를 거 같은데.
“보수적인 아버지가 음악 활동을 반대해 87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택배회사, 마트, 양복점…. 뉴욕의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20가지 넘는 일을 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 모든 시간은 내가 거쳐야 했던 인생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 더 젊을 때 한국에 돌아와 음악 활동을 재개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있다. 앞으로 10년간은 음악만 꾸준히 하고 싶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