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독감·감기, 비슷하다 생각하면 큰 일… 발병 원인·증상 달라, 올바른 치료법

입력 2014-02-10 01:33


급성 호흡기 감염증이 유행하고 있다. 병원마다 근육통과 인후통, 고열, 기침과 콧물을 호소하는 독감과 감기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단순 감기 증상임에도 입원을 요구하거나 지금이라도 독감예방을 위해 백신주사를 맞겠다는 이들의 발길도 많아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국내에서 발생한 급성 호흡기 감염증 환자 수는 총 652명이었고, 이 중 계절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64.6%(421명)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아데노, 파라인플루엔자, RS, 코로나, 라이노, 보카, 메타뉴모 등 일반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이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3주간 정도 더 계절독감과 감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며 국민의 호흡기 건강을 위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생수칙 준수 등 예방활동에 더욱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아울러 불필요한 혼란을 막기 위해 A, B형 독감과 감기를 제대로 구별, 적절히 대처하는 것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9일 “독감과 감기 모두 급성 호흡기 감염증으로 분류된다는 이유로 흔히 독감을 ‘독한 감기’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독감은 일반감기와 엄연히 다른 병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감기는 비강, 인두, 후두, 기관, 기관지 등에 급성염증을 일으키는 호흡기 감염 질환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감기 바이러스는 라이노, 아데노, 파라인플루엔자, RS, 코로나, 보카, 메타뉴모 등 200여 가지에 이른다. 그 중 코감기와 목감기를 일으키는 라이노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가 가장 흔하다.

감기는 보통 콧물이나 코막힘, 두통, 미열 등을 일으키는 코감기와 인후통, 인후 건조증 또는 쉰 목소리 등이 주 증상인 목감기, 그리고 기침과 객담(가래를 뱉는 증상)을 주 증상으로 하는 기침 감기 등으로 나뉜다. 38도 정도의 발열과 더불어 오한(추위를 느껴 몸을 떠는 증상)을 느끼는 몸살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유행성 열성 호흡기질환으로 분류된다. 크게 A형과 B형으로 나뉜다. 올해는 A형 독감이 B형 독감보다 더 많이 유행하는 것이 예년과 다른 점이다. A형 독감은 2009∼2010년 겨울 시즌 ‘신종플루’로 불리던 것이다.

독감은 보통 1∼3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갑자기 39도가 넘는 고열에 온몸이 떨리고 힘이 빠지며 심한 두통과 근육통을 느끼는 증상으로 시작된다. 눈이 시리고 아픈 증상도 나타난다. 독감에 걸리면 세균성 폐렴도 조심해야 한다. 기관지가 쉽게 손상되고 이로 인해 이차적으로 세균감염이 일어나 세균성 폐렴을 합병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송영구 교수는 “만약 독감이 회복될 즈음 다시 열이 나고 기침과 함께 누런 가래까지 나오면 세균성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한 가지 꼭 알아야 할 것은 독감 치료엔 항바이러스제 외에 일반 감기나 폐렴처럼 항생제를 투약하는 건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단순 감기에 의한 기침과 코막힘 증상은 약국에서 파는 ‘감기약’만으로도 대부분 쉽게 완화된다.

한편 독감은 예방백신이 있지만, 감기는 예방약이 없다. 따라서 독감에 전염되거나 바이러스를 남에게 퍼뜨리지 않으려면 손을 잘 씻어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이 독감이 유행할 때는 수시로 더운 물과 비누를 사용해 손가락 사이와 손톱 부근을 빠트리지 말고 구석구석 20초 이상 씻는 게 안전하다. 알코올이 들어있는 소독제를 사용하면 더욱 좋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거나 코를 푼 뒤에도 반드시 손을 씻도록 한다. 만일 티슈가 없다면 재채기나 기침은 손에 하지 말고 팔꿈치 안쪽을 향해 하는 것이 안전하다.

환자들은 손 씻기와 함께 마스크를 착용하면 가족이나 타인에게 옮기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독감이든 단순 감기이든 급성 호흡기 감염증을 유발하는 병원체는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와 함께 뱉어낸 기도 분비물 속에 섞여 대기 중에 퍼져 있다가 직·간접 접촉에 의해 손이나 입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