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4년 한해도 정쟁으로 허비할 셈인가

입력 2014-02-10 01:51

야당은 ‘특검 공세’ 자제하고, 여당은 대야협상 나서야

여야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이구동성으로 다짐했다. 지긋지긋한 정쟁과 국회마비로 지난 1년간 국민을 짜증나게 한 것을 반성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설 연휴 직후에도 국민의 관심이 경제회생과 일자리 확충에 있음을 확인했다며 민생정치를 약속했다. 실제로 싸움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는 주말을 거치면서 또다시 정쟁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가 이럴 때 쓰는 말 아닐까 싶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법원의 1심 무죄판결이 도화선이 됐다. 야당이 ‘박근혜정부에 의한 사법살인’이라며 특검 도입 카드를 다시 꺼내들고 황교안 법무장관 등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함에 따라 전운이 감돌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선불복이라며 정면대응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민은 당리당략을 위해 아귀다툼하는 정치권의 꼴불견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안타깝기 짝이 없다.

문제는 ‘특검공방 정국’이 단시간에 끝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이번 주 국회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정쟁에 불이 붙으면 최소 6·4 지방선거 때까지 지속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야 모두 이번 싸움의 승패가 지방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원내외 병행투쟁과 국회 보이콧 등 다양한 공세를 검토하고, 이에 맞서 새누리당이 “민주당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며 기세를 올리는 이유다.

이는 정치권이 입만 열면 ‘국민’을 들먹이고 있지만 민생엔 도무지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주장을 살펴보자. 이미 물 건너간 특검 얘기를 또 꺼낸 이유가 도대체 뭔가.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오니까 국민에게 면목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법부의 판단을 정치공세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정통야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답이 보이지 않는 대여투쟁을 계속할 경우 ‘달라진 게 없는 민주당’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다.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듯한 언행은 이제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심어줄 뿐이다. 특히 구태의연한 정쟁이 이어질 경우 새 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신당’의 활동공간을 넓혀주는 꼴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야당의 공세에 맞불을 놓기보다 대야 물밑협상을 통해 정쟁 자제와 정상적인 국회운영 방안을 모색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지난해처럼 집권당의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을 받지 않도록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청와대와 야당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선부정 공방으로 또다시 1년을 허비할 순 없지 않은가. 여당은 상생의 정치를 추구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이 대통령과 청와대만 쳐다보는 해바라기 정당의 모습을 탈피하지 않고서는 지방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