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제점 수준의 한국교육 평가가 말하는 것
입력 2014-02-10 01:41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의 만 19세 이상∼75세 미만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평가 결과는 심히 우려스럽다. 학교교육에 대한 전반적 평가가 지난해 5점 만점에 평균 2.49점을 받아 낙제점 수준이다. 공교육에 대한 불만족과 불신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첫 조사 때인 2006년 2.94점을 기록한 뒤 2008년 3.05점, 2010년 3.09점으로 ‘보통 수준’으로 개선됐다가 2011년 2.82점 등으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교육이 바로 서야 그 나라의 미래가 희망적이다. 공교육에 대한 평가가 낙제점이라는 것은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유치원부터 일류대 진학을 위해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밤늦게까지 떠돌고, 학교 수업시간은 잠 자거나 학원숙제 하는 시간으로 때우는 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러워하는 한국 교육의 실상이다. 사교육비가 연간 20조원에 달하고, 빚 내서 사교육을 시키는 에듀푸어가 82만 가구에 달하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부의 대물림이 교육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일반고 출신 합격자 비율은 53.4%에서 47.2%로 떨어진 반면 학비가 일반고보다 세 배가량 비싼 자사고와 특목고 출신 합격자 비율은 더 올라갔다. 재수 이상 수험생 비율도 52.9%로 재학생 합격자보다 많았다. 돈과 유능한 학원이 일류대 스펙을 갖춘 인재를 만든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노숙인 출신의 청소부 여고생이 하버드대에 진학했다는 얘기는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그렇게 기를 쓰고 대학에 진학해 대학진학률이 71%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청년고용률이 40%에도 못 미치는 게 우리나라의 현 주소다.
교육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분야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주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주거비와 사교육비 부담을 해소하는 것도 금년 핵심 과제로 추진코자 한다”며 “사교육비를 확실히 경감하기 위해 공교육 정상화법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몇 달째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공교육 정상화법으로 실타래처럼 엉킨 교육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학벌주의 문화를 없애고 창의성과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꾸려면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선행학습 금지가 공교육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첫 걸음이 될 수는 있다고 본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선행학습을 비교육적 행위로 보고 엄격히 금지하는 이유를 잘 새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