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기문란 부추기는 솜방망이 처벌

입력 2014-02-10 01:35

군기는 어느 한 순간도 흐트러져선 안 된다. 기강이 서지 않은 군대는 결코 강군이 될 수 없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다. 남베트남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도 결국 북베트남에 패망했다. 썩을 대로 썩은 남베트남군은 강한 정신력을 갖춘 북베트남군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 군사력도 군인의 정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베트남전에서 얻을 수 있다.

최근 부적절한 행동으로 보직해임된 경기 지역 사단장이 스스로 옷을 벗었다. 이 사단장은 부하 여군들을 자신의 공관으로 불러 술시중을 들게 하거나 술값을 부하들에게 떠넘겼다. 더욱이 유사시 30분 내에 응소해야 하는 위수지역을 자주 벗어나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군기문란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장군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런데도 처벌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군은 여러 의혹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의 전역신청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징계로 인한 전역이 아니어서 그의 퇴직금이나 연금은 한 푼도 깎이지 않는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군의 명예에 먹칠한 그의 편안한 노후를 챙겨준 것이다. 군은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전역조치도 행정처벌”이라며 생색을 낸다.

앞서 2012년 사단장 시절 여 부사관과 부적절한 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난 특전사령관에게 내려진 처벌 역시 보직해임이 전부였다. 장군들은 군인이기를 포기해도 옷만 벗으면 면죄부가 주어진다. 일탈행위에 비해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니 군 기강이 바로 설 리 없다. 장군들부터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지난해 상관의 성추행과 인격모독에 시달리던 여군 대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이 상관은 다른 부하 여군 6명에게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수개월간 일삼았는데도 부대에선 까맣게 몰랐다고 한다. 모른 게 아니라 모른 척 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방부는 지난 5일 군내 성 군기위반 사건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발표했다. 그러나 무관용 원칙이 계급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적용될지는 회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