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기름유출 사고 경찰수사 난항… 부실수사마저 우려
입력 2014-02-09 16:38
[쿠키 사회] 전남 여수 ‘우이산호 충돌 유류유출 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해양경찰의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여수 해경은 23년 경력의 베테랑 도선사가 부두 접안을 할 당시 평소보다 빠른 속도를 낸 배경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해경은 도선사가 당시 조타수와 기관사, 예인선 등에 적절한 지시를 내렸는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고 유조선과 무선 교신을 통해 안전한 접안을 유도해야 될 해무사가 현장에 없었던 경위도 캐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항만의 해저 지리와 해류 흐름을 꿰뚫고 있는 도선사가 어떤 이유로 평소보다 유조선 운항속도를 높였는지 밝혀내는 게 수사의 핵심”이라며 “충돌사고의 1차적 책임은 유조선 선장이 지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사고 유조선이 예정 시각보다 65분 빨리 부두에 접안을 시도하고 지연신고를 한 GS칼텍스 측이 당초 유출된 원유량을 축소 발표해 초기 방제대책 수립에 차질을 빚게 한 것도 수사대상이다.
그러나 해경은 당초 인명피해가 없다고 한 GS칼텍스의 발표를 그대로 따랐다가 8일 만에 부상자 발생 사실을 처음 알게 되는 등 부실수사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고 당시 유조선 선주의 선박대리점 협력업체에 고용돼 항구에 접안한 선박을 부두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고정하는 작업(일명 줄잡이)을 하던 이모(46)씨가 유조선이 잔교에 부딪치는 충격으로 바다에 추락했다. 이씨는 부서진 철제 구조물에 허벅지를 찔리고 유출된 원유와 나프타 등을 뒤집어쓴 채 무너진 송유관 시설물을 잡고 40여분 동안 사투를 벌이다 동료가 던진 밧줄을 잡고 구조됐다.
당시 이씨의 부상 장면은 소속 회사는 물론 GS 칼텍스 관계자도 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해경은 사고 발생 이후 8일 동안이나 GS칼텍스 관계자들은 물론 당시 현장에 있던 13명의 목격자를 두루 조사하고서도 이씨의 부상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김씨의 사고 사실을 확인한 GS칼텍스 측은 두 차례나 부상자의 안부까지 물었던 것으로 드러나 해경 조사 과정에서 부상자 존재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