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혁상] 국가안전보장회의
입력 2014-02-10 01:35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중대한 외교안보정책의 국무회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에게 자문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다. 1962년 박정희 정권 시절 안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설립된 게 그 시초다. 의장은 대통령, 참석 위원은 국무총리를 비롯한 외교안보 부처 장관(급)이다. 주요한 정책은 이 기구의 자문을 거쳐야 한다. NSC의 원조는 미국이다. 미국에선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안보정책의 통합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고, 1947년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설립됐다.
NSC는 헌법기관이지만 그 역할과 위상은 역대 정부의 필요와 입맛에 따라 부침을 겪어 왔다. 김영삼정부에선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부처 간 정세 판단에 이견이 자주 발생해 상설화된 NSC 체제 도입이 검토됐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김대중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외교안보 정책 총괄 기구로 NSC를 적극 활용했다. NSC를 지원하는 사무처가 설치된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노무현정부에선 NSC 사무처의 위상이 크게 강화됐다. 정부는 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NSC 사무처에게 맡겼다. 하지만 이는 NSC 사무처장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특히 NSC 사무처장이 특정 현안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목소리를 내면서 사무처와 외교안보 부처 간 알력과 불협화음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NSC 사무처와 특정 인물을 겨냥한 ‘월권’ ‘옥상옥’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정부는 출범 직후 관련법을 개정해 NSC 상임위와 사무처를 폐지했다. 관련 정책의 총괄조정을 외교안보수석실로 일원화했지만 정부의 위기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고, 결국 이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설치로 이어졌다.
출범 2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에서 NSC 사무처는 6년 만의 부활을 앞두고 있다. 일본도 최근 NSC와 상설 사무국인 국가안보국을 설립했고, 중국 역시 NSC 성격의 ‘국가안전위원회’를 곧 창설한다. 한층 복잡하고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려면 외교안보 정책을 통합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최근의 한반도·동북아 정세를 감안하면 새로 출범하는 NSC 사무처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새로운 NSC는 역대 정부의 사례를 연구해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이번만큼은 NSC와 그 사무처가 명실상부한 외교안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남혁상 차장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