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에콰도르의 해안도시 과야킬. 지난달 20일 과야킬 북쪽 빈민가인 빠스꾸알레스 빠끼샤의 한국 기아대책 사역장을 한국의 예술가 최석운 황주리씨가 찾았다.
“남자들은 대부분 막노동을 하고, 여자들은 빨래나 청소 일을 하러 도시로 갑니다. 방치된 아이들은 마약에 손을 대기도 합니다. 저희가 복음과 빵을 들고 여기에 온 이유입니다.”
빠끼샤에서 2010년부터 어린이개발사업(CDP)을 진행하고 있는 장다슬(46) 선교사가 이 지역을 소개했다. CDP 사업은 425명의 어린이가 참여할 정도로 뿌리를 내렸다.
최 작가가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소형 카메라를 손에 쥐어주고 간단한 조작법을 알려주었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눈으로 대상을 바라보라”고 일러주고 내보내니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마구 셔터를 눌러댔다. 가게 담장 자동차 나무 고양이…. 무엇 하나 예사로 지나치는 일이 없었다. 저스틴(11)은 “카메라에 눈을 대니 길과 집이 새롭게 보인다”고 말했다. 친구의 얼굴이 달라 보이고 하늘만 봐도 나는 것 같았다고 아이들은 입을 모았다.
최 작가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익숙하던 대상이 새롭게 다가서고 아무것도 아니던 것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이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자기를 일깨운다. 앞으로 자기만의 눈, 창의적 사고로 자기 인생을 밀고나가라.”
동행한 황주리 작가도 거들었다. “어릴 때 여러 나라의 우표를 수집했는데, 에콰도르 것이 정말 아름다웠다. 여러분은 천성적으로 예술가의 기질을 타고났다.” 두 작가는 에콰도르의 사람과 풍광을 담는 스케치 작업도 병행해 오는 9월 전시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현장을 지켜본 전수미(44) 선교사는 “아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 건 처음”이라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은 아이들의 감수성을 살리면서 자신의 정체성도 다져가는 훌륭한 교육수단이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기아대책 주종범 간사는 ”음악이나 미술에 치중해온 예술 교육을 미디어 교육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과야킬(에콰도르)=글·사진 손수호 객원논설위원·인덕대 교수
에콰도르 빈민가 아이들 카메라로 세상에 눈 뜨다
입력 2014-02-10 0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