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돕는 기쁨-Helper’s High] “아르바이트로 번 첫 소득, 소중한 일에 썼어요”

입력 2014-02-10 01:32


스무살 때부터 후원 시작한 박나리씨와 가족

졸업과 입학 시즌이다. 인생의 한 단락을 매듭짓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면서 무엇을 가장 먼저 생각할까. 10여년 전 대학 신입생이었던 박나리(31)씨는 과외를 해서 번 첫 수입으로 월드비전을 찾았다.

“수능이라는 큰 산을 넘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고,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대학에 들어오고 보니 나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도 답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일 뿐이었어요. 나는 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치열하게 기도하고 고민하며 뒤늦은 사춘기를 보내다 어렴풋이 얻게 된 작은 해답은 나 혼자만을 위해 사는 삶으로는 지금 내가 느끼는 허전함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지난달 20일 만난 박씨는 당시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내 손으로 번 첫 소득, ‘나 혼자만을 위해서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실천했다. 월드비전을 통해 해외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한 달 용돈도 빠듯한 형편에서 매달 내는 후원금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그래도 매달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의 일부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참 행복했다.

“어쩌면 매달 후원금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대학생활 내내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멀리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어린이의 사진과 그림을 수첩에 끼워놓고 다니며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기도했다.

“기도하면서 더 분명하게 깨닫게 된 것이 있어요. 내가 한국에 태어나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것이 내가 잘해서 받은 것이 아니듯 바울이(후원하는 어린이)가 말라위에 태어나 고단한 삶을 사는 것도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이죠. 욕심 많고 겁 많은 내가 조금이라도 하나님의 뜻을 실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 바로 바울이를 후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눔은 번져갔다. 아버지는 월드비전을 통해 해외 어린이 후원을 했고, 어머니도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된 뒤에도 바울이는 박씨에게 오히려 힘이 됐다.

“사회생활 만만치 않잖아요. 나 자신만을 위해 살기에도 벅찼어요.”

또 다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할 때 바울이의 편지가 날아왔다. “내 결심이 흔들릴 때마다 월드비전을 통해 전해져 오는 그 아이의 편지나 다른 후원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스무살 때의 내 다짐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어요. 퇴근하고 돌아와 조용히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다시 잠잠해졌어요.”

박씨가 일방적으로 어린이들을 도운 것이 아니라 이들 역시 박씨를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월드비전과 함께해온 지 10년이 된 지난해 박씨는 더 큰 선물을 받았다. 자신처럼 월드비전 후원자였던 남편을 만나 결혼한 것.

두 사람은 결혼 축의금도 라오스의 초등학교 건축을 위해 기부했다. 10년 전 혼자 시작했던 나눔의 다짐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새로운 가족까지 함께하는 더 큰 약속이 된 것이다. 기자와 만난 박씨와 남편은 “두 사람 모두 자연스럽게 축의금을 기부할 생각을 했고, 양가 어른들도 흔쾌히 허락해주셨다”며 활짝 웃었다.

박씨의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신앙 속에서 자라온 나리가 스스로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란 게 뿌듯하다”며 “사위와 함께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좋은 가정을 꾸려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