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회를 위하여-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지금 선생님들은 여유도 열정도 바닥
입력 2014-02-10 01:31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학생들이 위기라는 얘기는 교사들 역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뜻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아이들은 상당수가 교사들에게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교사들 역시 아이들을 제대로 붙잡지 못하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인력 부족, 업무 과다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얘기는 그러나 대부분 자조(自嘲)로 끝났다. 아이들을 다독이며, 때로는 꾸짖으며 풍파 속에서 지켜낼 최후의 저지선이 돼야 할 교사들 상당수는 이미 전선에서 등을 돌린 채 학교 밖으로 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
위기 학생들을 다수 접하는 상담교사들은 교사들이 학교 부적응 아이들에 관심을 쏟지 못한다고 전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상담교사 A씨(53·여)는 9일 “아이를 위클래스나 상담실 등에 보내면 잊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문제 생기면 무조건 상담교사에게 넘기는 식”이라고 말했다. 한순간의 반항이나 결석 등이 발생했을 때 이유를 파악하고 관심을 두면 많은 경우 해결이 가능한데 문제가 커질 때까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일선 교사들도 현실을 부정하진 못했다. 과거의 잣대로 볼 때 요즘 교사들은 소명의식을 가진 선생이라기보다는 직장인에 가깝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교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항변했다. ‘어른’이 사라진 사회 분위기에다 쉽게 주유소나 배달 아르바이트 등으로 찜질방, PC방에서 지낼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경제적 문제 등으로 되돌아오던 과거와 달리 홧김에 떠난 아이들이 되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끌어안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현실적 어려움도 호소했다. 아이를 바로잡으려다 학생·학부모로부터 민원이 제기되거나 심지어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방어운전 하듯 소극적인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소한 잘못 지적에도 걸핏하면 “학교 관두면 되잖아요”라며 반항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보니 지금 학교는 규칙 위반을 어느 정도 용인해주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결국 위기상황의 학생들을 보듬을 사람은 교사”라는 데 동의했다. 다만 과중한 업무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업 시간에는 아이들을 통제하느라 지치고, 수업 후엔 잡무로 인해 여유도 에너지도 없다고 호소했다. 서울 경신중학교 고광삼(49) 교사는 “소규모 학교만이라도 행정지원사를 추가 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형 학교는 교사가 많아 잡무 부담이 덜한데 교사 숫자가 적은 소형 학교는 되레 더 업무 부담이 심하다는 얘기다.
충남교육청의 한 상담교사 B씨(53·여)는 “일부 교사는 감당해야 할 몫조차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며 “가장 중요한 건 교사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에 따라 전문기관이나 상담교사가 꼭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아이들은 교사들이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는 것으로 충분히 보듬을 수 있다는 것이다. B씨는 “위센터 등 전문기관 확대, 상담교사 충원 노력과 함께 교사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학교나 학급의 인원을 줄여나가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급당 인원을 줄여야 아이들의 작은 변화에 담임이 대응할 수 있고, 학교 규모를 줄여야 담임 외 다른 교사들의 개입도 쉬워진다는 것이다. B씨는 “학생 숫자가 적은 학교일수록 아이들 탈락률이 확실히 줄어든다”며 “가능하면 학교 전체 인원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별취재팀=이영미 정승훈 차장, 이도경 김수현 정부경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