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개막식 이모저모] 불꽃 22t 동원… 러 역사 다룬 서사적 퍼포먼스 환상적

입력 2014-02-08 02:37

8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개회식은 한 마디로 ‘러시아의 재도약(Russia is back)’을 보여준 무대였다. 3000여명의 연기자와 2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가했고 공연 참가자들의 의상만 6000벌이 준비됐다. 개회식에 사용된 불꽃의 총 무게도 22.5톤이나 됐다. 개회식에 참가한 관중들은 상상 이상의 개회식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연신 환호성을 내질렀다.

러시아 전체 역사를 다룬 개막식 프로그램은 관중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파란만장했던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화려하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다민족 한 국가’라는 슬로건 아래 제정 러시아 시대의 전제 군주사회에서 현대의 다민족 사회로의 변화를 담아냈다. 아방가르드 형식의 건축물 15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나타내는 6개의 기관차, 6개 다리가 올림픽파크 피시트 스타디움을 가득 메워 서사적 퍼포먼스를 표현했다.

총 1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공연은 14세기 쿨리코보 전투,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20세기 산업화 과정을 음악, 율동, 조명을 통해 서사시처럼 펼쳤다. 1917년 러시아 혁명도 공연에 녹아들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등 러시아가 자랑하는 고전음악과 발레, 건축, 전통 문화 등을 통해 러시아의 역사를 훑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드넓은 풍경이 다채롭게 펼쳐졌고 ‘눈과 얼음의 축제’답게 하얀 눈을 배경으로 다양한 공연이 펼쳐져 ‘겨울왕국’을 연상케 했다. 비올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유리 바슈메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 등 러시아를 대표하는 예술가들도 개막식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개회식 총연출을 맡은 콘스탄틴 에른스트는 “전 세계인이 쉽게 러시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설명했다.

식전 행사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러시아 음악이 러시아 밴드에 의해 연주됐다. 동성애를 콘셉트로 활동한 러시아 여성듀오 타투(t.A.T.u)의 공연도 준비됐다. 최근 러시아 국회에서 통과한 반동성애법과 신성모독금지법 등 인권탄압 논란을 누그러뜨리려는 대회 조직위의 의도된 꼼수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실제로 개회식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 등 서방 일부 정상들이 불참했다. 끝까지 베일에 쌓여있던 개회식의 꽃 성화 점화는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전설 이리나 로드니나 등이 참여해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소치=장지영 기자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