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이번엔 운 아닌 실력으로 이긴다” 이승훈, 크라머 뛰어넘기 자신감

입력 2014-02-08 04:21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최강자를 놓고 다투는 이승훈(한국)과 스벤 크라머(네덜란드). 두 선수의 인연은 남다르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 남자 5000m에서 당시 최강으로 꼽히던 크라머는 예상대로 금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크라머에 이어 2위는 이승훈이 차지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갓 전향한 이승훈은 서구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빙속 장거리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메달을 따냈다. 이어 기세를 몰아 1만m에서는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서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당시 이승훈의 금메달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밴쿠버올림픽이 고작 세 번째 국제대회 출전인 무명 선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승훈의 금메달은 운도 작용했다. 크라머가 12분54초50의 가장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8바퀴를 남겨놓고 코치의 잘못된 지시로 안쪽 레인으로 들어섰다가 실격 처리됐다. 대신 12분58초55에 레이스를 마친 이승훈에게 금메달이 돌아갔다.

이승훈은 소치에서 행운이 아닌 실력으로 맞붙는다. 물론 객관적인 기록면에서 크라머가 이승훈을 훨씬 앞서 있다. 크라머는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3개를 따내고 올라운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07∼2012년 6연패를 달성한 당대 최고의 스프린터다.

하지만 올림픽에선 늘 변수가 생기는 만큼 겨뤄봐야 한다. 무엇보다 최근 이승훈의 상승세가 고무적이다. 밴쿠버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가 이번 시즌 회복된 그는 월드컵 1차 대회와 4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크라머를 맹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월드컵 1차 대회 5000m에서는 6분07초04를 기록하며 자신의 종전 기록을 7초63이나 앞당겼다. 비록 크라머에게 2초58 뒤졌으나 2010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월드컵 대회에서 입상하면서 자신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이승훈은 쇼트트랙 출신답게 코너워크가 매우 좋다. 게다가 중장거리 종목은 체력 부담이 커 끝까지 안정적인 스피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는 최근 후반으로 갈수록 구간 기록을 단축하는 뒷심까지 보여주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진행한 전지훈련은 이런 성과를 보여준다. 이승훈은 친선경기였던 네덜란드 오픈 남자 3000m에서 라이벌인 크라머(3분44초02)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크라머와 비교해 전체 기록은 1초가량 뒤졌지만 마지막 두 바퀴에선 이승훈이 앞섰다.

소치=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