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시아 ‘우크라이나 신경전’ 가열… EU 대응책 비난 거친 욕설
입력 2014-02-08 04:17
미국이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유럽차관보의 ‘막말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배후로 러시아 정부를 지목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7일 보도했다.
지난 4일 유튜브에 올라온 해당 동영상에는 뉼런드 차관보와 제프리 파얏트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최근 우크라이나 반정부 사태에 대해 전화통화한 내용이 담겨 있다. 뉼런드 차관보로 의심되는 인물은 우크라이나 제재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선뜻 동참하지 않는 유럽연합(EU)을 비난하며 ‘F××× EU’라고 욕설을 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조국당 대표인 아르세니 야체뉴크가 새로 구성될 정부에 들어가야 하고, 또 다른 야당 지도자인 전직 권투선수 비탈리 클리츠코에 대해서는 “미숙하고 정치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태 해결을 위해 특사를 보낼 것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백악관은 이런 내용의 동영상이 공개된 것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 음성파일의 존재를 처음 언급하고 트위터를 통해 전파한 것은 러시아 정부”라며 “뉴미디어를 잘못 활용한 진부한 방식의 상대방 흠집내기”라고 비판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동영상 속 여성이 뉼런드 차관보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짜가 아니라고는 말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인정했다. AP통신은 국무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뉼런드 차관보와 파얏트 대사의 전화통화가 지난주쯤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백악관 주장이 사실일 경우 러시아 정부가 뉼런드 차관보와 파얏트 대사의 전화통화를 도청했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해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정보 수집을 맹비난하면서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망명을 허용했던 터라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반정부 사태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동영상을 공개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