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빙판의 F1…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 ‘썰매 기술 레이스’

입력 2014-02-08 01:31


더 빠르게… 봅슬레이 제작 경쟁

동계올림픽 종목은 기본적으로 스피드 경쟁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고의 스피드를 내기 위해 각국은 과학을 접목시켰다.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에서 타는 장비까지, 게다가 최고의 효율을 내기 위한 훈련에도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은 최첨단 과학의 경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빠를까=‘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의 100m 기록은 시속 38㎞가 채 안 된다. 하지만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스포츠인 스키, 썰매 종목의 스피드는 시속 100㎞를 훌쩍 넘는다. 썰매에 엎드려 타는 스켈레톤은 시속 130㎞ 안팎, 봅슬레이와 누워서 타는 루지는 최고 시속 153㎞ 수준이다. 다양한 장비 덕분이다. 깎아지른 슬로프를 내려오는 알파인스키 활강은 최고시속 161.9㎞까지 나온다. 위치에너지의 도움이 없는 스피드스케이팅 최고 속도는 시속 59㎞ 정도다.

워낙 빠르다 보니 실제 경기에선 1000분의 1초 차로 승부가 나는 게 허다하다. 찰나의 순간에 메달 색깔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첨단 과학이 결합하게 됐다.

◇봅슬레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경연장=드럼통 같아 보이는 봅슬레이 경주는 포뮬러원(F1) 경쟁 업체들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미국은 세계 자동차산업의 선두주자이긴 하지만 자존심을 버리고 동계올림픽을 위해 독일의 BMW에 손을 내밀었다. 미국은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62년 만에 4인승 금메달을 따냈지만 2인승에서는 1952년 동계올림픽 이후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영국은 슈퍼카를 제조하는 맥라렌이, 이탈리아는 자국의 스포츠카 업체 페라리가 제작한 봅슬레이를 소치 무대에서 선보인다. 일본 역시 자국 F1 팀을 동원해 대표팀 썰매를 제작했다. 기술력이 집약되면서 2인용 봅슬레이는 1억2000만원, 4인용은 1억4000만원을 호가한다.

BMW가 만든 미국 대표팀 봅슬레이는 탄소섬유를 사용해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 봅슬레이는 썰매와 선수 무게를 합쳐 총중량을 제한한다. 총중량이 같다면 썰매가 가벼울수록, 선수가 무거울수록 유리하다. 몸체 디자인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음새 하나 없는 일체형으로 설계했고 썰매 앞부분에는 날개를 달아 무게중심을 최대한으로 낮췄다. 그동안 봅슬레이의 변방이었던 미국은 올림픽 직전 2인승 경기에서 세계랭킹 1·5·6위를 휩쓸었고, 소치대회에선 78년 만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봅슬레이의 경기력을 좌우하는 썰매 날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봅슬레이는 앞뒤 합쳐 2쌍이, 루지와 스켈레톤는 좌우로 각각 1쌍이 장착돼 있다. 봅슬레이의 최강자 독일은 100개의 날을 보유, 기상 조건에 맞춰 썰매 날을 바꾼다. 스켈레톤과 루지에서도 세계적 업체들이 가세해 개량된 썰매를 내놓는 등 소치대회는 장비 전쟁으로 큰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