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호 말산업특구 제주] ‘靑馬의 해’ 말섬에서 말 달리자!

입력 2014-02-08 01:35


청마(靑馬)의 해를 맞은 말의 고장 제주가 들떠 있다. 갑오년 벽두에 제주도 전역이 대한민국 제1호 말산업특구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제주에 직접 내려와 지정서를 전달했다. 말산업특구 지정은 정부가 제주를 말의 보금자리로 꾸미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다. 앞으로 말 사육과 승마, 경마 등 모든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질 전망이다. 1차 산업인 말 사육이 3차 산업인 관광까지 견인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복합 문화산업으로 발전해 나갈 제주 말산업의 청사진을 살펴본다.

‘말의 고장’ 제주가 지난달 2일 대한민국 제1호 말산업특구로 지정됐다. 타 시·도에서도 말산업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주도가 선도적으로 특구를 신청, 정부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제주도는 서기 145년 탐라국 때부터 일본 등과 말을 교역했다.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며 국영 목장을 설립해 운영하는 등 2000년간 말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현재 국내 말의 67%가 제주에서 사육되고 있다. 특히 경주마로 사용되는 서러브레드(Thoroughbred)는 제주에서 80%가 생산·공급되고 있을 정도다.

제주에는 타 시·도에선 보기 힘든 말고기 식당도 많다. 말기름을 이용해 제조한 화장품도 팔린다. 말의 생산, 말고기 이용, 연관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어느 지역보다 말산업이 체계적으로 특화돼 있다. 정부가 제주를 말산업특구로 지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국에도 말산업을 핵심적 경제수단으로 삼은 도시가 많다. 미국 켄터키, 영국 뉴마켓, 프랑스 샹테, 독일 하노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등은 말의 생산·조련·가공·유통 등을 결합시킴으로써 말산업을 지역경제의 핵심 축으로 성장시켜 온 곳들이다. 미국 켄터키주의 말산업 경제유발 효과는 일자리 8만개를 포함해 연간 약 4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 프랑스는 경마·승마는 물론 사료·안장·마구·마육 등 말의 생산과 유통, 소비 전반에 걸쳐 말산업의 여러 분야를 골고루 발전시킨 대표적인 나라다. 영국 뉴마켓은 승마장과 경마장을 여러 개 갖고 있는 말산업의 중심지다.

제주도는 이들 지역의 우수 사례를 분석하고 최적의 방안을 도입, 선진화된 말산업을 추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정부의 말산업특구 지정은 예산지원 확대로 이어졌다. 올해 말 정부의 관련 지원은 56억원으로 지난해(10억원)의 5.6배로 늘었다. 말산업 발전이 제대로 이뤄지면 2017년에는 매출액이 2200억원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승마산업 활성화로 체험인구도 2012년 82만명에서 2017년 160만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승마 관련 일자리 역시 3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말산업특구 중장기 진흥 계획을 만들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7년까지 엘리트 국산 경주마 공급, 승마 수요기반 확충, 마육산업 육성 등 9개 분야 35개 사업에 1142억원을 투자한다. 국내 말산업이 이제 막 발돋움을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외국의 말산업 선진 사례를 적극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말에 대한 관리도 통일된다. 현재 제주에는 모두 1만9920마리의 말이 있는데 천연기념물인 제주마, 천연기념물이 아닌 제주마·서러브레드·한라마 등이 혼재돼 있다. 제주마 1845마리, 서러브레드 4874마리, 한라마 1만2967마리, 기타 233마리 등이다. 제주도는 내년부터 친자감별을 통해 체계적인 말 등록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승마인구를 대폭 늘리기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제주의 청정 환경을 바탕으로 관광객들에게 건전한 말타기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26억원을 들여 산간이나 목장지대 등에 오름산악형, 산지초원형 등 테마별 마차길과 승마로를 조성할 방침이다. 관광객들이 말이나 마차를 타고 제주의 산간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누빌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다. 에코힐링 마로에는 환승역이 조성돼 차량으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제주가 생산한 경주마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누비게 된다. 거대 중국시장과 동남아 등에 경주마를 수출하는 계획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산 경주마 수출계류장도 조성할 예정이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말의 체계적인 육성과 조련을 위해 말 조련 및 승마 거점센터도 세워진다. 이는 우수한 승용마를 내륙에 공급하기 위한 인프라다. 혈통 있는 말을 길러내 경마용으로 보급하는 사업도 추진된다. 제주도는 외국의 우수한 종마를 수입해 제주마와 교접시킴으로써 근친계수를 낮춰나갈 계획이다. 제주도 조덕준 축정과장은 “말산업은 단기간엔 수익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안정화 단계까지는 민간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