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용판 판결’ 정략적 이용 말아야
입력 2014-02-08 01:51
민주당이 7일 대여공세의 수위를 한껏 높였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해 선거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전날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집권세력의 사법부 타살’이라며 총공격에 나선 것이다.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 등은 검찰의 수뇌부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 교체로 공소유지를 방해한 권력의 의도가 판결에 그대로 반영됐다며 박근혜정부를 겨냥했다. 현 집권세력이 검찰 수사에 간섭해 법원이 엉뚱한 결론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특검을 통한 재수사만이 해결책이라며 특검 실시를 거듭 요구했다.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을 위해 불퇴전의 각오로 투쟁할 것을 서약한다”는 규탄결의문이 채택됐고, 일각에선 ‘정권퇴진’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강경 분위기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로 이어졌다.
민주당이 강공을 택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1심 재판까지 맡고 있어 원 전 원장에게도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해당 재판부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듯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여투쟁 수위를 높여 지지층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번 판결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민주당의 행태는 지나치다. 1심 판결이 나왔을 뿐이다. ‘권력 재판’이라는 등 재판부를 비난하고 압력을 넣으려는 것은 사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사법부가 민주당 입맛에 맞는 결정만 내릴 수는 없지 않은가. 받아들이기 어렵더라도 상급심의 판단을 차분하게 기다리는 게 순리다.
새누리당 대응 방식도 유감스럽다. 승전보라도 받은 양 “민주당은 특검을 말할 때가 아니라 특별한 반성을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볼썽사납다. 국가기관의 정치개입은 반드시 근절돼야 마땅하다. 새누리당은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