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靑春의 나이

입력 2014-02-08 01:35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은 젊은이의 피 끓는 정열과 원대한 포부, 건강한 육체를 묘사하며 청춘을 찬미한 글이다. 신문사 사회부장과 편집국장을 지낸 저자는 일제 암흑기 청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려고 이처럼 생동감 넘치는 글을 쓰지 않았나 싶다. 1960∼70년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으니 당시 10대들이 주 독자였겠다.

청춘의 나이는 몇 살인가. 이팔청춘(二八靑春)이 16세를 뜻하기에 10대 중후반의 고교생이면 청춘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봐야겠다. 춘향전이 그리는 이몽룡과 성춘향의 나이도 이쯤이다. 우리 민법은 청춘의 초입인 18세면 결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청춘의 주류는 역시 20대가 아닐까 싶다.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겨냥한 독자층은 바로 20대다. 학업과 진로, 이성교제 등으로 고민하는 대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썼다. 김 교수는 청춘이 외롭고 불안하지만 미래가 있기에 아름답다고 결론짓는다. 병무청이 운영하는 기관 블로그 이름은 ‘청춘예찬’이다. 2009년부터 시민 기자단을 선발해 징병검사장, 군부대, 사회복무기관의 표정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군 생활이 결코 청춘의 낭비가 아님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그런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청춘이 주로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을 지칭한다지만 더 이상 그들의 전유물은 아닌 것 같다. 여론조사 기관 한길리서치가 최근 신(新) 중년층으로 불리는 50대와 60대 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무려 60.1%가 자신을 아직 청춘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이 나왔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지만 절반 이상이 직장에서 은퇴했을 50·60대의 대답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다. 청춘엔 나이가 없다는 뜻 아닐까.

그러니 이민 가겠다고 외국어 학원 다니는 50대와 스윙자세 고치겠다며 골프연습장 나가는 60대가 서글퍼 보인다는 말은 이제 하지 말아야겠다. 정년퇴직한 국어교사가 논술학원을 열고, 60대 의사가 해외 봉사활동 나가는 게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세상 아닌가. 요즘 은퇴자 모임에서 이런 건배 구호가 유행이란다.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