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소치 현지 기독가정·선교사들 간접 사역… “선수들 경기장 안팎서 하나님 만나도록”

입력 2014-02-07 17:28 수정 2014-02-08 01:34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이 7일 개막됐다. 전 세계 88개국 3000여명의 선수들은 17일간 열정을 쏟으며 메달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은 역대 최고 종합 순위 상승이 기대되면서 국민적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올림픽은 선수들의 실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그들이 가진 고유한 문화와 종교, 세계관을 표출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올림픽 선교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다. 경기장 안팎에서 크리스천들은 이 세계를 만들고 모든 사람에게 생명과 호흡을 주시는 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낸다(행 17:25).

올림픽 현장에서 선교 활동을 펼치는 한국인들이 있다. 우동수(53) 선교사는 지난 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과 소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며 “올림픽에 참가한 전 세계 선수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삶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 선교사는 소치에서 남쪽으로 270㎞ 떨어진 독립국가 압하지야에서 선교 활동 중이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위해 4년 전부터 기도해 왔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치러지는 첫 올림픽. 그는 소치 올림픽을 통해 러시아와 중동 지역에 복음이 확산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 선교사는 현재 올림픽 경기장이 밀집한 아들레르 기차역 인근의 현지 교인 가정에 숙소를 마련하고 국내 언론사 취재 통역 지원을 비롯해 다음 개최국인 한국의 평창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직접 선교보다는 간접 선교 방식이다. 그는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안) 선수에게도 관심이 많다. 안 선수와는 1년 전 만났는데 당시 안 선수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하며 기도로 격려했다고 한다. 우 선교사는 다음 달 17일 장애인 올림픽 폐막까지 현장에 머물며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현지에는 또 다른 한국인 선교사 2명도 활동 중이다. 모스크바에서 도착한 임국현 선교사와 키르기스스탄의 문기수 선교사도 올림픽 선교를 위해 참가했다. 이들은 우 선교사와 비슷하게 통역으로 돕는 등 간접 사역을 펼친다. 한국인 선교사 자녀 4명도 통역 봉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태릉선수촌교회는 전도용 배지 500개를 현지에 보냈다. 배지에는 ‘Jesus love you’라는 영어 메시지와 함께 소치 올림픽 로고를 새겨 넣었다. 교회 측은 기독 선수들이 각국 선수들과 배지를 교환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복음을 나눈다는 계획이다. 태릉선수촌 기독신우회 부회장이자 대표팀 영양사로 참가 중인 한정숙씨는 한국 선수들을 위해 맛 나는 음식을 공급하며 선전을 위해 기도한다.

세계 선교계는 올림픽을 중요한 전도 기회로 삼아 왔다. 세계 종교의 경기장이라 할 수 있는 올림픽 현장에서 복음을 전해온 것이다. 선교단체들은 선수촌뿐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 각국 응원단과 관광객들에게 이벤트를 펼치며 복음을 전했다. 실제로 올림픽 선교 연합체인 ‘more than gold’는 개최지 지역교회 전도 참여 유도, 참가자를 위한 봉사활동, 단기선교 활동 등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번 소치 올림픽은 테러 위협 등으로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자유로운 선교 활동은 상당 부분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러시아 정부에 등록한 교회나 허가를 받은 사역자들 외엔 외부 전도활동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남침례교해외선교부(IMB)는 다각적인 선교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IMB는 ‘소치와 함께’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했다(engagesochi.org). 이 홈페이지는 참가 선수들과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온라인으로 복음을 제시하는 사이트이다. 현지 교회를 위한 복음전도 도구도 개발했다. ‘공동체와 함께(engage your community)’라는 패키지는 소치의 현지 교회가 올림픽 전도에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43쪽짜리 PDF 파일로 이루어진 내용에는 어린이부터 청년층까지 전도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돼 있다.

선교사들에 따르면 소치 인구 절반이 아르메니아계이며 소치 복음주의 교회 안에 아르메니아인 예배가 따로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치가 러시아의 대표적 스포츠 도시로 떠오른 만큼 러시아와 중동 선교를 위한 전방위 기지 역할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의 러시아 선교는 1991년 소련 해체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하지만 97년 종교제한법 실시 이후 선교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엔 비자연장 거부 등으로 선교사들의 재입국이 어려워지고 있다. 높은 물가와 난방비 지출 등은 사역자들의 생활을 어렵게 해 신입 선교사들의 유입은 많지 않은 편이다. 러시아정교회의 강한 텃세는 장로교와 감리교회 등 주요 개신교를 모두 이단으로 규정해놓고 있어 선교사들에겐 전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박광배 선교사는 “정교회 사제와 달리 개신교 목사는 말씀 중심, 교인과의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많다”며 “러시아 선교를 위해서는 오랜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기도정보(2010)에 따르면 러시아는 인구 66.9%가 크리스천(정교회 포함)이며 12.5%가 무슬림, 0.7%가 불교도다. 무종교도 19.1%나 된다. 한국 선교사들은 618명이 활동 중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