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숙 임명에서 경질까지] 처음부터 파격 인사… 잇단 설화에 낙마
입력 2014-02-07 03:31 수정 2014-02-07 07:57
취임 295일 만에 경질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임명 과정부터 자질 논란과 설화(舌禍)로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2월 17일 발표된 박근혜정부 첫 내각에 포함된 윤 장관은 ‘파격 인사’였다. 해양연구본부장 등을 지내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관료 경험은 전혀 없었다. 조직 장악력이 떨어져 새 정부 들어 다시 독립한 해수부의 위상을 높이는 데 역부족일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우려는 청문회를 거치며 ‘임명 불가’로 바뀌었다. 장관 후보자 중 가장 늦은 4월 2일 진행된 국회 청문회에서 윤 장관은 불성실한 답변 태도로 화를 자초했다. 의원들 질문에 “잘 모른다” “공부해놓고 잊어버렸네요” “장관이 되면 공부하겠다”고 했다. 대답을 흐리거나 자주 웃어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시중에 ‘알랑가 몰라’라는 불명예 섞인 별칭이 나돌기도 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됐고 여당 내에서조차 불가론이 나왔다.
윤 장관은 여야 반대에도 ‘모래밭 속 진주’처럼 발굴했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면서 같은 달 17일 장관에 임명됐다. 하지만 취임 후에도 설화가 잇따랐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는 남북협력기금 관련 질문에 “보고받은 게 없다” 등 부실하거나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문제와 관련해 “과학적으로 문제없다”고 하는가 하면 일본을 가리켜 “저렇게 비도덕적인 애들”이라는 원색적 언급을 하기도 했다.
지난 1일 여수 기름유출 사고 현장에서 “처음에는 피해가 크지 않다고 보고받아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다시 여론의 비판을 자초했다. 또 방송에서 구설에 오르는 이유가 “인기 덕분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유출 현장 방문 때 코를 막은 데 대해서도 “독감 때문에 입을 막았는데 냄새 때문에 막은 걸로 오해하더라”고 답했다. 5일 당정협의의 “1차 피해는 GS칼텍스, 2차 피해는 어민”이라고 한 발언은 6일 경질로 이어졌다.
해수부는 윤 장관의 전격 경질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착잡하다. 기름유출 사고도 수습해야 하는데 수장이 없으니 공백이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해수부는 새 장관 취임 전까지 손재학 차관이 장관직을 대행한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 수습뿐 아니라 남극 장보고기지 사업, 해운보증기금 설치, 중국과의 불법어업 공동 단속 등 현안이 많다. 윤 장관의 퇴임식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