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윤진숙 장관 경질] “더 이상 여론 악화 안된다”… 첫 레드카드

입력 2014-02-07 03:36 수정 2014-02-07 07:56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경질한 것은 더 이상 국민여론 악화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꺼냈던 ‘레드카드’ 약속을 처음 적용한 사례이기도 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신용카드 고객정보 유출사태 책임을 ‘국민 탓’으로 돌리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음에도 ‘옐로카드(경고)’만 꺼내들었다. 대신 “공직자가 다음번에도 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여수 기름유출 사고가 터진 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해수부의 안일한 대응 태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장관이 계속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을 키우고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더 이상 경질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측면이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장관의 말이나, 이 말로 인해 생긴 논란에 대한 대응 태도가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게 청와대와 여당의 공감대였다”고 전할 정도였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누적됐던 각료들의 실언(失言) 파문이 가라앉을 즈음에 또 다시 윤 장관의 부적절한 언행이 터져 민심 악화에 불을 지피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것으로도 관측된다. 자칫 경질 타이밍을 놓쳤다가는 여론이 더욱 악화돼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듯하다. 만약 윤 장관 파문을 그냥 덮고 갈 경우 집권 2년차 국정운영 동력을 크게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전격 경질을 선택한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고 현장과 국회, 방송출연 등에서 윤 장관의 잘못된 언행이 이어지자 여권 전체에 강경 기류가 확산됐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장관이 과연 제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모르겠다”며 여당 내에서 처음으로 사퇴론을 제기했다. 같은 당 함진규 대변인은 국회 현안 브리핑을 통해 “생계 현장을 파괴당한 막막한 마음을 부여잡고 기름 제거에 여념이 없는 주민을 위로하고 수습책을 모색해야 할 분이 어민들의 상처 난 마음에 소금을 뿌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번 윤 장관 경질로 한동안 잠잠했던 박 대통령의 인사실패 논란도 재현될 전망이다. ‘모래밭 속의 진주’로 비유할 정도로 손수 인선을 챙겼던 당사자를 자신의 손으로 경질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윤 장관 발탁 당시 “해당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드문 여성 인재”라고 추켜세웠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질부족 논란이 벌어졌지만 끝까지 장관 임명을 고수해 박근혜정부 1기 내각 출범이 늦어지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경질을 계기로 부분 개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제에 현오석 경제팀을 바꾸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그러나 현 부총리가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핵심 화두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총지휘해야 하는 만큼 그대로 갈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은 마당에 당장 경제팀을 바꾸기 쉽지 않고, 개각에 나설 경우 또 ‘발탁인물 모색→인사검증→국회 청문회’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면서 국정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