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빚은 비극… 토종닭 제때 출하 못한 50대 양계농 극단적 선택

입력 2014-02-07 02:33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소비 부진으로 닭을 제때 출하하지 못한 50대 양계농이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일 오전 5시20분쯤 전북 김제시 금구면 봉모(53)씨 집에서 봉씨가 농약을 마시고 쓰러져 있는 것을 누나와 매형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봉씨가 토종닭 3만5000여 마리를 기르는 김제 금구면은 AI 발생지역은 아니다. 그러나 봉씨는 다른 지역에서 AI 발생 이후 소비 부진으로 닭 판매가 크게 줄자 고민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토종닭은 보통 입식한 뒤 60여일이 지나면 출하해야 하지만 봉씨의 닭 중 일부는 100일 가까이 된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닭은 제때 출하하지 못하면 질겨져 상품성이 떨어진다.

AI에 감염되거나 의심신고가 있는 지역의 닭과 오리 등은 살처분 대상이 돼 최소한 80%를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판매 부진으로 손해를 본 농가는 보상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점이 봉씨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가 AI 발생기간 동안 닭과 오리를 수매하거나 자금 지원을 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봉씨가 기르는 토종닭은 사료값이 일반 육계에 비해 배 이상 소요돼 농장의 하루 사료값만 수백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봉씨의 형(55)은 “동생이 ‘닭을 제때 출하하지 못해 망하게 생겼다’며 처지를 비관해 왔다”며 “재래시장에서도 생닭 거래가 한동안 금지되는 바람에 동생이 오랫동안 닭을 내다 팔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제=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