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檢도 구경만 하는 ‘베일속 기업사냥꾼’… 누구길래
입력 2014-02-07 04:06
사채업계의 큰손 미스터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20일 중소 코스닥 상장사 국제디와이의 실질사주 A씨와 대표이사 B씨를 부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2009년 특허권이 있다는 허위공시와 보도자료를 내 주가를 띄운 뒤 차명으로 보유한 주식을 전부 내던져 억대 부당이득을 취했다. 21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증권신고서에 자금사용 목적을 사실과 다르게 썼고, 청약 직전에는 있지도 않은 납품 계약이 이뤄진 것처럼 기재해 투자자들을 속였다.
금융 당국이 국제디와이와 A씨 등을 주목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직접 검찰에 고발한 것은 지난해 11월이 처음이지만, 금융 당국은 2009년부터 2회에 걸쳐 “횡령·배임이 강하게 의심된다”는 취지의 업무정보를 검찰에 보냈다. 2009년 10월에는 금감원 기업공시국이 ㈜대우솔라(국제디와이의 전신)의 허위공시 냄새를 맡았다. 금감원은 생산설비 예정지라고 공시된 지역에 대해 임차계약서를 내 사용 권한을 증명하라고 압박했고, 결국 LED 사업 설비투자에 쓰겠다던 돈이 ㈜국제건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취득 목적이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해 12월 29일 증권선물위원회는 대우솔라에 과징금 7억원을 부과했다.
이듬해인 2010년 6월에는 금감원 회계서비스1국이 대우솔라에 재차 자료제출을 요구, 장기투자증권 과대계상, 지급보증 관련 충당부채 과소계상 등 회계부정을 적발했다. 증선위는 2011년 1월 19일 ㈜국제이앤씨(대우솔라의 후신·국제디와이의 전신)에 대해 과징금 3억7800만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우솔라 제재에 관여한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횡령·배임이 강하게 추정되는 내용이 있어 검찰에 업무정보를 제공했다”며 “기업공시, 회계, 특별조사국의 업무정보 사항은 기소로 이어지는 ‘적중률’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과연 검찰의 결론은 무엇이었을까. 검찰은 금융 당국의 정보를 두고 각각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향방은 뚜렷하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 수시로 업무정보에 대해서는 따로 검찰로부터 회신을 얻지 못해 무혐의 처분이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2009년부터 금융 당국에 민원을 제보해 국제디와이의 제재를 이끌어냈고, 금융 당국과 비슷한 수준의 정보로 검찰에 직접 A씨 등을 고소한 한 국제디와이 소액주주는 지난해 11월 11일 ‘증거불충분’ 사유로 무혐의 처분 통보를 받았다. 따라서 검찰로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불과 9일이 지난 뒤 같은 상장사와 같은 경영진에 대해 다시 한 번 금융 당국의 고발을 받은 셈이다.
소액주주들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분노한다. “배경이 있느냐” “한낱 사채업자에 대한민국 검찰이 휘둘리느냐”며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A씨의 자금력과 인맥을 운운하는 이들의 볼멘소리에도 이유는 있어 보인다. A씨의 기업사냥을 파헤치려고 A씨의 회사를 압수수색한 검사가 불과 3년여 뒤 법정에서 A씨를 변호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본인은 부장검사를 지낸 C변호사다. 검찰은 2010년 7월 1일 코스닥 상장사 테이크시스템즈의 분식회계 조사를 위해 이 회사의 회계법인과 투자자문사 세종아이비기술투자(현 국제아이비창업투자)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세종아이비기술투자의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는 A씨였고, 검찰은 A씨가 테이크시스템즈의 전환사채(CB)를 사들인 배경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 건과 별개로 미공개정보를 이용, 국제디와이 주식을 사들여 4억7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어 검찰에 기소됐다. 현재까지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 및 벌금 2억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대법원 상고심까지 재판을 끌고 간 A씨는 C변호사를 변호인단에 선임했다. C변호사로서는 자신이 압수수색을 진두지휘한 사람의 결백을 호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A씨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드러난 대로 보면 A씨는 2008년 구조조정 전문기업인 세종아이비기술투자를 설립한 이래 코스닥 상장사 10여곳의 경영권에 관여해 온 유능한 기업인이다. 다만 몸담은 기업마다 상장폐지와 금융 당국 제재의 길을 걷고, 압수수색 검사를 변호인으로 거느리기도 하는 A씨를 두고 금융권은 ‘기업사냥꾼’이라 부른다. 사채시장에서는 “A씨가 정치권과 법조계, 심지어 지하 주먹조직에 끈이 있다”는 소문마저 돈다.
재벌, 검사, 기업사냥꾼 등이 주요 등장인물이었던 드라마 ‘황금의 제국’을 연상케 하는 이번 사건에 결국 눈물을 흘리는 것은 소액주주들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2월 6일 경영진 횡령·배임 혐의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국제개발(구 국제건설, 구 아이씨코퍼레이션)에 대해 “소액주주들에게 2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국제개발은 지난해 12월 24일 최종 회생절차 폐지가 결정돼 파산했다.
소액주주들은 경영권을 행사한 A씨와 B씨가 70억원을 넘게 횡령한 영향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들이 돈을 돌려받을 길은 막막하다. 100여명으로 시작된 집단소송은 재판이 길어지면서 20여명만 남았다. 한 소액주주는 “기업사냥꾼들이 우량한 상장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사익을 챙겨 떠나는 일이 자본시장에서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