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선’ 빅 매치 기대감 속 친박·鄭·金 ‘셈법’ 복잡
입력 2014-02-07 02:34
서울시장 선거… 여권의 고민
여권의 친박 주류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6·4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를 놓고 3자 앞에 복잡한 고차함수가 펼쳐져 있다. 친박 주류는 정 의원과 김 전 총리 간의 빅매치 성사 가능성이 높아져 한시름 놓았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새누리당 경선에 뛰어들 채비를 마친 정 의원과 김 전 총리 측도 경쟁 상대방과 친박 주류의 수읽기에 애를 태우고 있다.
◇친박 주류…경선도, 본선도 걱정인데 당선 이후도 불안=친박 주류는 살짝 녹아 있는 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다. 정 의원과 김 전 총리 간 빅매치를 무조건 성사시키기 위해 매우 조심하는 모양새다. 양측 중 한쪽이 불공정을 이유로 경선 판을 깰 경우 서울시장 선거는 물론 6·4지방선거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경선이 흥행에 성공해도 고민이 끝난 게 아니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가 유력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본선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선전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도 새로운 근심거리가 생긴다. 정 의원과 김 전 총리 모두 비박계라 친박 주류에 각을 세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임기 중반 이후 여당 서울시장이 차기 대권을 노리고 청와대를 정조준할 경우 여권의 붕괴는 가속화될 수 있다.
◇정몽준 의원…경선 불쏘시개 우려에다 ‘대권에 더 관심’ 관측 부담=정 의원의 장고는 계속되고 있지만 서울시장 경선 출마로 기울었다는 게 정설이다. 정 의원 측은 출마 선언의 시점과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박 주류가 중립을 약속하고 정 의원을 경선에 끌어들인 뒤 물밑에서 김 전 총리를 지원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선 흥행을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하고 용도폐기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친박 주류가 대권을 염두에 두는 정 의원보다 김 전 총리를 선호한다는 루머도 끊이지 않는다. 정 의원이 서울시장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임기를 채우지 않고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부담스럽다. 정 의원 측이 서울시장 자리를 대권 가도의 중간다리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황식 전 총리…당내 기반도 없고, MB정부 책임론 불붙을까 걱정=김 전 총리의 가장 큰 약점은 당내 기반이 없다는 점이다.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어 표를 얻으려 해도 시간이 촉박하다. 추대 요구설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 전 총리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서 제가 추대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끈다는 얘기가 나오는 모양인데, 그건 완전한 오해”라고 부인했다.
이명박(MB)정부에서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것도 지금 시점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김 전 총리를 4대강 사업의 돌격대장으로 몰아붙이며 “4대강 사업에 대한 행적부터 해명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선거전이 본격화될 경우 MB정부를 보호할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는 곤궁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황우여 대표와 김황식 전 총리, 지난 5일 회동=김 전 총리는 6일 광주 전남대 특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가 서울시장에 나서 달라고 공식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갖고 과연 제가 서울시장에 적합한 사람인지 심사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조금 가져야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또 “제가 심사숙고하는 것은 두 가지”라면서 “‘여권 시장 후보로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과연 저인가’ 하는 점과 ‘단순히 승리를 넘어 서울시를 맡아 책임감과 비전을 갖고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이나 자질이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총리는 정 의원과의 경선 가능성과 관련해 “제가 결심해서 나서게 되면 당헌·당규를 따라 경선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자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그것은 원칙이고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황 대표가 지난 5일 정 의원을 독대하고 6일 이혜훈 최고위원과 회동했다”면서 “다른 서울시장 후보자들도 다 만났기 때문에 김 전 총리와의 회동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