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문수정] 보사연의 정부 편향적 여론조사… 국책기관의 한계?
입력 2014-02-07 01:33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이 기초연금 논란과 관련해 정부에 편향적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 문항은 낯 뜨거울 정도로 중립성을 잃었고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제대로 된 분석을 내놓지도 못했다.
최병호 보사연 원장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초연금 도입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사연은 매주 10쪽 이내의 보고서를 내는데 이 때문에 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간담회에 앞서 보사연은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까지 했다. 7쪽짜리 설문조사 결과가 ‘중대 발표’였던 것이다.
설문 내용은 가관이다. 기초연금 논란의 핵심인 ‘국민연금과의 연계’ 부분에 대한 설명은 빠뜨렸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을수록 기초연금은 적게 받는다는 설명 없이 막연하게 ‘국민연금과의 연계’라고 뭉뚱그려 물었다. 자세하게 설명하면 설문조사 대상자들이 헷갈릴 것을 우려했다는 게 보사연 측 해명이다.
편파성도 감추지 않았다. 정부안에 대해서는 ‘연금 혜택을 생활이 어려운 분들과 공평하게 나누고 자식 세대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지 말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반대 입장에 대해서는 ‘이에 반해 어떤 분들은 모든 노인들 또는 70%의 노인들에게 일률적으로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주장하기도 한다’고만 덧붙였다.
보사연은 또 ‘정부안대로 기초연금 지급방식을 확정하지 않으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며 ‘증세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응답자의 77.4%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질문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안대로 하지 않더라도 당장 5년 안에는 예산에 큰 차이가 없다”며 “점차 부담이 커져 2060년에는 세금 부담이 어마어마해진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기초연금법안이 임시국회에서 논의되는 만큼 시의성 있는 조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조사해 연구자들의 분석 없이 설문조사 결과만 달랑 발표한 것은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정부의 기초연금법안에 시급하게 힘을 보태려는 이유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문수정 사회부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