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 직원 대출금 2800억 빼돌렸다
입력 2014-02-07 02:34
KT 자회사인 KT ENS 및 협력업체 직원들이 시중·저축은행 10곳으로부터 대출금 2800억원을 빼돌리는 등 초대형 사기행각을 벌였다가 당국에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6일 KT ENS 직원 김모씨와 이 회사에 물건을 납품한 업체들의 직원들이 수년간 가공의 매출채권을 은행들에 담보로 제공한 뒤 2800억원 상당의 대출금을 가로챘다고 밝혔다.
금감원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KT ENS에 납품하는 N사 등 협력업체 6곳과 공모해 휴대전화 등 통신장비를 실제로 납품받지 않았으면서도 납품받은 것처럼 문서를 위조해 100여차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2800억원을 받아간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KT ENS의 협력업체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KT ENS의 매출 채권이 있으면 이를 담보로 많은 금액의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범행을 모의했다”고 말했다. 금융사별 피해규모는 하나·농협·국민은행 3개 시중은행이 총 2000억원, 10개 저축은행이 800억원이다. 이 중 하나은행이 1600억원으로 피해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하나은행이 대출 사기를 당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에 대해 각각 275억원, 100억원가량을 지급 보증한 것으로 드러나 사기 파문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들 피해 금융회사는 2008년 첫 대출 이후 상당 기간 KT ENS 등 업체들과 정상 거래가 이뤄진 데다 대출 서류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대출사기를 의심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정확한 대출사기가 일어난 시점을 추적 중에 있으며 사기행각은 지난달까지 이어졌다고 금감원은 덧붙였다. 이들의 대출사기는 금감원이 지난해 구축한 저축은행 여신상시감시시스템에 의해 발각됐다.
금감원은 “이번에 문제가 된 은행들에 대해 검사를 진행 중이며 여신심사 소홀 등이 확인되면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KT ENS로부터 고발된 뒤 경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