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바티칸 ‘아동 성추행’ 충돌
입력 2014-02-07 01:32
유엔이 가톨릭교회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를 집요하게 추궁하자 가톨릭 심장부인 바티칸이 “지나친 간섭”이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유엔아동인권위원회(CRC)는 5일(현지시간) 발표한 아동인권보고서에서 “바티칸 교황청은 아동 성추행을 저질렀거나 의혹을 받고 있는 사제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즉각 퇴출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아동 성추행을 저지른 성직자를 다른 교구 또는 외국으로 전출시키는 바티칸의 정책은 문제가 많다”며 “오히려 다른 나라 어린이들까지 성추행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바티칸은 불가피하게 임신한 여자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낙태를 금지한 교회법을 수정해야 한다. 피임 등에 대해서도 바티칸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앞서 CRC는 지난달 16일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문제와 관련, 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대표 5명을 소환해 청문회를 연 바 있다. 가톨릭계가 해묵은 ‘치부’를 들키며 국제적 망신을 산 셈이었다. 이번 보고서는 청문회에 따른 결과물로 가톨릭계 정화를 촉구하는 ‘압박용’ 성격이 짙다.
연이어 궁지에 몰리자 바티칸도 공세에 나섰다. 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지난해 사임할 때 성추행 전력이 있는 400명 사제의 직위를 박탈했으며, 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도 곧바로 ‘바티칸위원회’를 설치해 아동 성추행 문제를 바로잡으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티칸 대변인인 토마스 로시카 신부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CRC가 지적한 문제는 이미 개선한 것들”이라며 “특히 보고서가 바티칸 정책이나 낙태, 피임 등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언급한 것은 자신들의 권한을 벗어나 가톨릭의 교리를 간섭하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