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징집·성폭행… ‘아이들의 지옥’ 시리아

입력 2014-02-07 01:33

내전이 3년 가까이 이어진 시리아에서 아이들의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유엔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무수한 어린이와 청소년이 강제 징집돼 테러에 이용되거나 잔혹한 고문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시리아 아동과 무력분쟁 실태 보고서에서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아이들이 견뎌온 고통은 이루 말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현지 아동·청소년과 목격자 등의 증언을 토대로 내전이 시작된 2011년 3월 1일부터 2013년 11월 15일까지 발생한 사례를 분석했다. 유엔이 시리아 아동·청소년 인권 실태를 보고서로 펴내기는 처음이다. 보고서는 사무총장 명의로 작성돼 전날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됐다.

보고서는 정부군과 반군의 무분별한 무기·병법 사용으로 무수한 아이가 죽거나 불구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이들은 성폭력을 포함해 각종 학대를 당했고 학교 폐쇄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국제단체의 인도주의 원조에 접근할 권리도 빼앗겼다.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아이들을 성인과 같은 시설에 가두고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이 반정부 시위나 반군 지원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붙잡힌 아이도 있었다. 감금된 아이들은 쇠밧줄이나 채찍, 쇠몽둥이로 매질을 당하거나 전기고문과 성폭행을 당했다. 고문에는 손발톱을 뽑거나 담뱃불로 지지고 잠을 재우지 않는 방법도 동원됐다. 아이들은 구타당하는 동안 손목이나 팔을 묶인 채 벽이나 천장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판자에 묶인 채 맞기도 했다.

2012년 3월 정부군에 체포돼 다른 20명의 아이와 감금됐던 16세 소년은 손가락이 잘려나가거나 죽을 때까지 등을 망치로 맞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민간인 지역에서 정부군의 공격을 받아 죽은 아이도 적지 않았다. 정부군은 반군과 교전할 때 아이들을 앞세워 총알받이로 쓰기도 했다.

자유시리아군(FSA)과 시리아 쿠르드족 등 반군은 아이들을 소년병으로 징집해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 테러에 이용했다. 보고서는 난민촌 아이들이 교육이나 취업 기회가 없는 상황에서 주변의 압력으로 반군에 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은 현재까지 시리아에서 숨진 아동·청소년을 1만여명으로 추정한다. 이 중에는 반군에 살해된 아이도 있다. 시리아 정부는 반군에 숨진 아이가 130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