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부흥의 현장 ‘남미 교회’를 가다] ① 남미 교회의 어제와 오늘
입력 2014-02-07 02:33
‘해방신학+오순절신앙’ 40년새 개신교 2배로
국민일보는 지난 3일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육훈련원과 함께 놀라운 부흥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는 남미 교회 탐방을 시작했다. NCCK 교육훈련원은 지난 5년간 장신대, 감신대, 한신대 등 6개 신학대학원생들과 공동수업을 진행하며 매학기 해외교회현장을 방문해왔다. 본보와 NCCK교육원은 올해 감신대, 장신대, 호남신대 신대원생 12명과 함께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교회를 돌아보며 부흥의 배경과 한국교회에 주는 시사점 등을 살펴봤다.
지난 2일 자정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두바이를 거쳐 한국시간 4일 오전 6시 30분, 31시간 만에 브라질 상파울루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직항편을 이용해도 26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인천에서 상파울루까지는 먼 거리다. 한국에 뒤늦은 한파가 몰아치는 동안 상파울루의 수은주는 연일 33도를 넘나드는 등 70여년만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었다.
남미 교회와의 첫 만남은 성정모(57·사진 앞줄 오른쪽 네번째) 교수의 강연이었다. 성 교수는 7세 때 브라질로 건너 온 이민 1.5세로 현재 브라질 상파울루감리교대학교 인문법학계열 학장을 맡고 있는 세계적 종교학자다. 성 교수와의 만남은 현지시간 4일 오전 탐방단 숙소 내 23㎡(7평) 규모의 라운지에서 이뤄졌다. 그는 5시간이 넘는 긴 시간 남미 교회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설명했고, 신학생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성 교수 등 현지 신학자들에 따르면 남미 개신교는 지난 40년간 크게 성장했다. 20년 전 10% 언저리에 머물렀던 브라질의 개신교 신자 비율은 현재 22%에 육박한다. 칠레와 과테말라는 40년 전 각각 10%와 15%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0∼35%로 성장했다. 3%대에 불과했던 아르헨티나의 개신교도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성 교수는 남미 개신교의 성장배경으로 지성보다는 감성을 움직이는 신은사운동과 번영신학, 그리고 해방신학의 영향을 꼽았다. 장로교와 감리교 등 기존 교회들이 설교 등 지성에 집중하는 반면, 오순절교회 등 새롭게 부상한 교회들은 ‘하나님 안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하나님을 만나기 때문에 감성에 이끌리는 남미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여기에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는 해방신학과 공동체 안에서 강한 연대감 및 소속감을 갖는 개신교의 특징이 맞물리면서 부흥과 성장이 이뤄졌다는 게 성 교수의 분석이다. 이에 비춰볼 때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개신교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방신학의 영향도 적지 않다. 해방신학은 1970년대 남미의 여러 국가에서 부패한 독재정권과 경제적 위기가 맞물리면서 절대빈곤 상태에 빠진 국민들을 인간답게 살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성도들의 빈곤한 현실 앞에서 해방신학자들은 신학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어야 한다고 판단, 물신주의로부터의 해방과 사회구조적 모순의 타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성 교수는 “해방신학이 출현하기 전 남미의 많은 종교인들은 가난의 이유에 대해 ‘하나님이 원하셨기 때문에’라고 얘기했지만, 지금은 누구도 감히 그렇게 얘기하지 못한다”며 해방신학이 남미 교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오늘날 해방신학은 변화를 모색 중이다. 1세대 해방신학은 ‘과거와 단절하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성 교수는 “새로운 해방의 개념은 자유와 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승리하는 것보다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선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해방신학이 공산주의적이라는 오해와 편견도 상당부분 불식됐다. 성 교수는 “해방신학자 가운데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한 신학자는 실제로 많지 않았다”면서 “신학자가 무신론자인 프로이트의 이론을 인용한다고 해서 무신론자라고 비판하지 않는 것처럼, 신학자가 일부 마르크스의 이론을 인용한다고 해서 공산주의자라고 몰아세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미 교회의 부흥과 성장, 그리고 여기에 영향을 미친 여러 요인들은 지금 세계교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도 최근 남미의 오순절교회와 복음주의 신학을 포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 교회도 남미 교회와 더 적극 교류하고 소통함으로써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고 현지 신학자들은 제안했다.
상파울루=글·사진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