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법 어울리죠?”… 가요계 뜻밖의 조합 ‘프로젝트 그룹’ 붐

입력 2014-02-07 02:32


크레용팝+김장훈=크레훈팝, 유세윤+이정=유정란, 송은이+송승현=투송플레이스

지난달 2일 정규 6집 앨범 ‘레인 이펙트’를 발표한 가수 비(본명 정지훈·32). 타이틀곡 라송(La Song)이 선배가수 태진아(본명 조방헌·61)의 인기곡 ‘사랑은 아무나 하나’와 비슷하다며 네티즌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비의 음악에 태진아가 등장하는 화면이 절묘하게 섞인 패러디 영상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도배됐다. 한데 이 패러디 덕분에 새 앨범에 대한 미지근한 반응이 오히려 뜨겁게 바뀌었다. 비는 이 장난스런 ‘놀림’을 놓치지 않고 오히려 태진아와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 무대에 오르는 이벤트를 꾸몄다. 결과는 대성공. ‘비진아’로 불린 이들의 콜라보레이션(협업) 무대에 대중은 환호했고, 비의 음반 활동에 오히려 날개를 달아줬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팀이 만나 신선한 음악과 무대를 선사하는 시도가 최근 부쩍 늘었다. 이들의 색다른 조합이 대중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우리 제법 잘 어울리죠∼” 대중 사로잡은 색다른 만남=가수 이정(본명 이정희·33)과 개그맨 유세윤(34)의 만남도 눈에 띈다. 지난달 28일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찌질한 남자의 모습을 담은 노래 ‘별이삼샵’을 발표한 이들은 유세윤의 무심한 듯한 랩과 이정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세윤이 이정에게 피처링 작업을 부탁했다가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하게 됐다는 이들은 각자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따 ‘유(유세윤)·정(이정)·란(파란예고)’이라 불린다.

개그우먼 송은이(42)도 최근 같은 소속사의 밴드 FT아일랜드 멤버 송승현(22)과 함께 ‘투송 플레이스’란 이름으로 싱글 앨범 ‘나이-키’를 내놨다. 2000년 ‘상상’이란 곡으로 가수 데뷔를 했던 그가 14년 만에 가요계에 복귀한데다 스무 살 차이의 남자 아이돌과 혼성그룹 트러블메이커(멤버 장현승·현아)를 패러디한 과감한 뮤직비디오까지 찍어 부러움을 샀다. 송은이는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집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색다른 조합의 ‘좋은 예’를 만들어 가고 있는 그룹으로 ‘형돈이와 대준이’를 꼽을 수 있다. 멤버인 개그맨 정형돈(36)과 가수 데프콘(본명 유대준·38)은 코믹한 가사와 비판정신을 담은 곡들로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갔다. 2012년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 지난해 ‘나 좀 만나줘’ 등을 연달아 내놓으며 여느 가수에 뒤지지 않는 음악성을 선보인 이들은 마니아층을 거느린 듀오로 재탄생했다. 오는 3월 컴백을 앞두고 있다.

◇홍보 효과로도 탁월…이색 콜라보레이션 계속될 것=‘색다른 만남’이 늘어나는 이유는 홍보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 김장훈(49)과 걸그룹 크레용팝(멤버 금미 소율 초아 엘린 웨이)이 ‘크레훈팝’으로 뭉쳐 캠페인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이 크다. 지난 5일 소방관을 주제로 한 곡 ‘히어로(Hero)’를 발표한 이들은 콘서트와 방송활동을 이어가면서 소방관 유가족과 자녀들에게 장학금과 성금을 전달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데뷔 초부터 ‘닮은꼴’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었던 아이유(본명 이지은·21)와 개그우먼 신봉선(34)도 최근 한 게임 CF에 동반 출연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같은 옷과 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CF의 콘티를 두고 네티즌들은 ‘신의 한 수’였다는 칭찬이 자자하다. ‘분홍신봉선(아이유의 노래 ‘분홍신’과 신봉선의 합성어)’이란 별명까지 생겼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색 콜라보레이션’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가수들이 만나 선보이는 의외의 모습에 대중들이 열광하고 있다”며 “화제성만을 추구하지 않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색다른 만남’이 많아질 때 가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