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태워 없애라고 유언했는데… ‘비공개 비망록’ 책으로 발간 논란

입력 2014-02-07 01:32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생전에 태워서 없애 달라고 유언으로 남겼던 비공개 비망록이 당시 비서에 의해 책으로 5일(현지시간) 발간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교황의 비서였던 스태니슬로 디지위츠 폴란드 크라쿠프 대주교는 교황의 모국인 폴란드에서 ‘진정으로 하느님 손안에 있다’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디지위츠 대주교는 요한 바오로 2세의 핵심 측근으로 여겨졌었다.

책은 교황이 1962년 7월 젊은 주교로 시작해 2003년 3월까지 묵상이나 명상을 하며 남긴 메모를 정리한 것이다. 특히 이 중에는 교황이 2005년 파킨슨병으로 숨지기 전에 작성한 기록도 포함돼 있다. 폴란드어로 640쪽에 달하는 책은 성경을 연구하는 학자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묵상 내용이 있지만 일반인이 읽기에는 다소 복잡한 신학이론과 내용이 담겨 있다고 NYT는 전했다.

교황의 측근이 유언을 어기고 책을 출간한 데 대해 여론은 양분됐다. 애덤 보니에키 신부는 “책을 읽기 전에는 디지위츠 대주교의 출판 결정에 실망했지만 내용을 알게 된 뒤에는 책을 펴낸 것을 고맙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디지위츠 대주교는 지난달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황이 유언장을 만들 때 나를 믿고 비망록을 맡긴 것이지만 교황의 비망록 같은 중요 문서를 없애는 것은 범죄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피오 12세 교황의 편지가 유언에 따라 소각됐을 때 역사학자와 신학자들이 절망했었다고 소개하면서 요한 바오로 2세의 비망록은 훌륭한 기록물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그는 “용기가 부족해 교황의 유언대로 비망록을 태울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사코비치 잘레스키 신부는 “교황의 측근이 유지를 어기고 이를 공개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디지위츠 대주교는 책의 저작권료 등을 요한 바오로 2세 추모 박물관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교황청은 오는 4월 27일 요한 바오로 2세를 성인으로 공표한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