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의 실험… 국악+록, 진화된 소리 들어보세요

입력 2014-02-07 01:32


“사물놀이를 처음 시작할 때 안 좋은 얘길 많이 들었어요. 국악계의 이단(異端)이라는 평가까지 들었죠. 하지만 이제 사물놀이를 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죠. 이번에 밴드를 만든 게 이질적이고 이상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저희의 무대를 본다면 생각이 달라지실 거예요.”

1978년 사물놀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연희(演戱)를 선보이며 국악계 스타로 부상한 김덕수(62). 환갑을 넘긴 나이에 그가 또다시 도전에 나섰다. 서울 홍익대 인근 클럽에서 활동하던 인디 뮤지션들과 손잡고 ‘일렉트릭 사물놀이’라는 밴드를 결성한 것. 과연 김덕수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인왕산로 광화문아트홀에서 김덕수와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정준석(34)을 만났다. 두 사람은 팀의 탄생 스토리부터 들려줬다. 지난해 11월 정준석이 김덕수에게 함께 공연을 열자고 제안한 게 발단이었다. 정준석은 “과거부터 김덕수 선생님 팬이었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선생님 무대에서 느껴지는 남성적인 힘을 좋아했어요. 선생님 같은 최고의 연주자와 한 무대에 서고 싶다는, 혹은 한 팀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렇다면 김덕수가 정준석의 제안을 승낙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덕수의 답변은 간단했다.

“현재 음악의 선두엔 서양 음악인 일렉트릭 사운드가 있어요. 청년들이 즐기는 음악만 들어봐도 알 수 있죠. 저는 계속 음악이 진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이에요. 새로운 걸 보태고 우리의 소릴 녹여서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것, 그게 제겐 언제나 중요한 작업이었어요.”

밴드는 김덕수(장구) 문상준(꽹과리) 이준형(북) 송동운(징) 정준석(전기기타) 이안나(건반) 김재호(베이스)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판소리 전공자인 김나래(보컬)가 객원 가수 신분으로 참가한다. ‘일렉트릭 사물놀이’의 데뷔 공연은 14일과 21일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다. 공연에서 이들은 국악과 록의 사운드가 어우러진 음악 총 14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저희 밴드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사물놀이와 기존 밴드 사운드가 펼치는 ‘연주 배틀’, 흙냄새가 풀풀 나는 국악의 소리, 다함께 어우러져서 신나게 노는 무대….”(김덕수)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신인 밴드지만 이들의 포부의 대단했다. 특히 김덕수는 국악과 서양의 사운드가 만난 이 실험이 성공할 경우 새로운 형태의 음악이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리는 그간 언제나 남의 것을 흉내 내는 데만 열중했어요. 하지만 이젠 ‘우리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점이에요. 진짜 한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인이 가진 신명, 그걸 바탕으로 즐거운 음악을 한다면 이번 실험이 성공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