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인정보유출사태 사후처리 믿음 못주는 이유
입력 2014-02-07 01:41
7일부터 28일까지 국민 농협 롯데 등 개인정보를 유출한 3개 금융회사들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실시된다. 3개 카드사 및 계열사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현장검증과 청문회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후속대책도 마련되길 기대한다.
지난달 17일 발생한 고객정보 유출은 세계 역대 3위에 해당하는 대규모 사태였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건수는 총 462만건에 달했다. 국민 대다수가 신상을 털렸다. 당국이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에 안이하게 대응한 데다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 식의 금융회사들의 땜질 수습이 결국초대형 사고를 초래했다. 온 국민이 분노하고 발생 20일이 되도록 민심이 들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은행과 카드사 객장으로 달려온 고객들의 분노를 보지 않았는가.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은 매일 대책을 내놓다시피 하고 있다. 이미 신용카드 3사에 대해 14일부터 3개월 영업정지를 내렸다. 6일에도 불법 대부 광고 등에 이용되는 전화번호를 차단하기 위한 ‘신속이용정지제도’와 범정부 차원의 개인정보 보호 전담기구 설립, 개인정보 불법 유통 감시단 운영 등 많은 대책들이 마치 봇물 터지듯 나왔다.
하지만 국민들은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수없이 나온 대책들이 재탕 삼탕되기 때문이다. 무슨 일만 터지면 얼버무려 대충 넘어가려는 고질적인 관료주의 타성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국회 국정조사팀의 현장검증을 겨냥한 보고용이란 의심만 사고 있다.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벌써 물타기식 대책을 쏟아놓는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사와 당국이 내놓은 대책만 본다면 국정조사도 필요없을 정도다. 번드르르한 대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임회피용 보고서가 대부분이다.
국정조사는 시작일 뿐이다. 먼저 철저한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진상이 정확히 파악된 후에라야 책임소재와 근본 대책이 나올 것이다. 국정조사는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원, 해당 금융사의 해명이나 대책을 청취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제 국정조사에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게 순서다. 그 후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정부기관은 물론 해당 금융사 실무자부터 최고경영인까지 책임을 따져 엄중한 문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징벌적 배상과 단호한 문책이 있어야 다시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는다. 또다시 어물쩍 넘어가려다간 성난 민심이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