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마음에 생긴 병… 심리치료에 의존하면 안되는 이유
입력 2014-02-07 01:36
심리학에 속지마라/스티브 아얀/부키
포털 사이트 질문 게시판을 보면, ‘내가 이러이러한 게 과연 정상인가요? 아니면 심리 상담을 받아야할까요?’ 라고 묻는 이들과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정신병원이나 정신과 상담이란 말을 입에 담는 것조차 터부시하던 분위기는 사라졌다. 사소한 심리적 문제에도 화들짝 놀라며 ‘내가 정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 것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저자는 독일 이탈리아 영국에서 심리학, 문학번역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독일에서 심리학 전문잡지 ‘게히른 운트 가이스트’를 발행하고 있다. 그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심적 괴로움의 인플레이션’이라 규정하고, 손을 번쩍 들어 이의를 제기한다. 우울증, 공포, 중독, 강박 등 커다란 고통을 일으키는 심각한 심리 장애도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 삶에 꼭 필요한 트러블마저 병으로 진단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시험에 대한 공포, 직장 스트레스, 슬럼프, 사랑으로 인한 괴로움, 가족 간의 불화, 충족되지 못한 갈망과 같이 살면서 겪게 되는 불가피한 트러블을 마치 반드시 고쳐야 할 위기 상태로 판단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은 지뢰밭이 되고 말았다.”
그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언제부터 학문으로서의 심리학과 심리 상담이 이렇게 대중들의 숭배를 받게 됐는지 그 이면을 조목조목 파헤친다. 심리산업이 돈벌이가 되면서 어중이떠중이 의사와 학자들이 설치고 있는 현장을 보여준다. 또 대중들에게 익숙한 심리 검사와 학설, 가령 ‘MBTI 검사’에도 치명적 약점이 존재함을 보여주며, ‘심리학 천국’의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주문한다.
그는 무엇보다 자아 성찰,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들여다보는 행위부터 중단하라고 말한다. 또 학술적 방법의 도움을 받아 자기 삶을 ‘계획적으로 살 수 있다’는 희망도 버리라고 말한다.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답은 자아를 A부터 Z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데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로 재미있게 무언가를 하는데 있다.” 손희주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