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엄마는 여덟 살 나를 아직도 아기라고 불러요… 쯧쯧
입력 2014-02-07 01:31
잔소리는 이제 그만!/세베린 비달/푸른숲주니어
여덟 살이나 먹고 키가 1m를 넘은 지도 오래된 나를 엄마는 아직도 ‘아기’라고 부릅니다. 밤늦게까지 신나게 놀고 싶은데…. 엄마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럼 얼마나 창피한지.
속이 상한 나는 엄마 친구들이 오는 날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방에서 얌전히 있으라고 할 때 “무서워서 혼자 있기 싫다”고 겁쟁이처럼 굴었지요. 엄마는 드디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르센, 너는 다 컸잖니!” 헤헤, 성공!
아빠한테도 얘기했죠. 뭐든 혼자 할 수 있는데 엄마가 잔소리를 늘어놓는다고. 아빠는 “엄마란 다 그렇다”며 “가족회의를 열자”고 했습니다. 가족회의 결과, 엄마는 “지금보다 조금 더 늦게 잘 수 있고, 입고 싶은 옷을 직접 고르게 했고, 혼자 학교에 갈 수 있고, 용돈으로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살 수 있다”고 새로운 규칙을 발표했어요.
그런 다음 날부터 엄마는 밥은 알아서 먹으라고 하면서, 이것저것 심부름까지 시켰어요. ‘다 큰 아들’‘듬직한 아들’‘ 씩씩한 아들’이라고 부르면서…. 빨래도 안 해주고, 다 컸으니 체험학습 참가비까지 나보고 내라고 합니다. 머리에 혹이 났는데도 엄마는 ‘호’ 불어주지도 않습니다.
생일 전날, 엄마와 아빠는 “무슨 선물을 받고 싶냐”고 물어봅니다. “아이패드? 지갑?” 아, 다 아닙니다. 나는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가 저를 꼭 안아주는 거요.”
이 책은 ‘뭐든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아르센과 ‘아직은 아르센이 어리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미묘한 대결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보다 부모가 읽으면 더욱 도움이 될 만한 책이지요. 프랑스 출신 교사인 저자는 제 뜻대로 하고 싶어 하는 자녀에게 “하지 말라”며 무조건 막기보다는 선택할 기회를 주고, 실수하더라도 기다려 주는 게 좋다고 넌지시 들려줍니다. 혹시 혼자 하려는 아이에게 “고집 부린다” “버릇이 없다”며 윽박질렀던 부모라면 얼굴이 살짝 붉어지지 않을까요.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