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남북 대표단, 점심도 거른채 합의 도출… 이산가족, 기대 속 “또 실망할까 걱정”
입력 2014-02-06 02:31
남북은 5일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실무접촉을 가진 지 불과 4시간 22분 만에 합의를 도출했다.
당초 실무접촉은 상봉 행사 개최 시기를 두고 남북간 치열한 설전이 이뤄져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8월 열렸던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도 11시간이나 이어진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 대표단이 점심도 거른 채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합의가 빨리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통일부 내부에서 나왔다. 이어 오후 1시 55분에 시작된 3차 수석대표 접촉이 불과 1분 만에 끝나고 곧 종결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어오면서 합의서 채택이 임박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결국 남북 대표단은 오후 2시22분 종결회의를 마치고 이산가족 상봉 남북합의서에 서명했다.
짧은 시간에 합의가 이뤄진 것에 대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은 브리핑에서 “북측은 이번 실무접촉이 지난번에 합의되지 못한 것들을 다시 협의하는 이행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바로 시기·장소·편의보장·숙소 문제 등을 협의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실행위원은 ‘실무접촉 결과에 대한 점수를 매겨 달라’는 질문에 “상·중·하로 한다면 상으로 꼽고 싶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북한도 실무접촉이 끝난 지 3시간도 안 된 오후 5시 14분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 합의 소식을 신속히 보도했다. 통신은 다만 남북 합의서 내용을 전하면서 남측 이산가족들의 숙소를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로 한다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한편 상봉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은 기뻐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만남이 무산되면서 실망했던 충격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평양에 있는 여동생의 아들과 딸을 만나려는 이경주(82) 할아버지는 “기쁘다. 조카들이라도 만나야 편히 눈을 감을 것 같다”면서도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모규엽 김유나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