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코리아’에도… 외국인, 우량주 SK하이닉스 ‘무한사랑’

입력 2014-02-06 04:01


주식시장의 ‘1월 효과’를 걷어찬 주인공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일 2014년 코스피 개장 이후 단 7거래일을 빼놓고 모두 주식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외국인이 주식을 던지기만 한 건 아니다. 이들은 실적이 좋은 우량주식은 대거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이 글로벌 금융불안 상황에서 우리 주식을 무작정 손 털지 않는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지난달 2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가장 많이 매입한 코스피 주식은 SK하이닉스다. 외국인은 이 기간 SK하이닉스의 주식 206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순매수 주식 수는 600만주가 넘었다. 외국인의 SK하이닉스 지분 보유율은 지난해 말 42.92%에서 지난 4일 43.77%로 뛰어올랐다. 그 덕에 코스피지수가 1800선 아래로 내려가는 가파른 하락장 속에서도 SK하이닉스는 주가를 지켜냈다.

외국인이 다음으로 끌어 모은 주식은 LG디스플레이다. 이들은 같은 기간 1710억원어치의 LG디스플레이 주식을 순매수했다. SK텔레콤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엔지니어링도 외국인이 한국시장을 외면하면서도 ‘사자’를 유지했다.

외국인들이 하락장에서 사들인 주식의 공통된 특징은 실적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두고 ‘어닝쇼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조37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이에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일제히 상향했다.

삼성엔지니어링 등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분기 실적 우려가 있었지만 직전 분기 7500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SK텔레콤과 LG디스플레이 대우조선해양 역시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실적이 우수했다. KTB투자증권 이강록 연구원은 최근 조선업종 분석에서 “올해도 조선주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면서도 “대우조선해양은 예외”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실적이 좋지 않은 종목은 과감히 털어 차익실현에 주력했다. 특히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차는 외국인이 손을 털어내는 모습이 강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2일 이후 자동차 삼형제에서 총 9677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기업의 실적과 전망이 어둡자 매도에 집중한 것이다.

외국인은 실적이 적자로 전환된 삼성중공업 역시 철저히 외면했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79억원, 순이익은 -523억원이었다.

최근 실적이 부진했던 삼성전자 역시 외국인이 개장 이후로 총 201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 때문에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말 137만2000원에서 4일 124만9000원까지 추락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실적 우려가 짙게 나타난 지난 2일을 제외하면 222억원의 매수세를 보였다. 실적 부진의 이유가 ‘성과급’이라는 단기적 요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노근환 연구원은 “같은 업종 내에서도 종목 간 수익률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 실적에 초점을 두는 종목 선정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