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G2 리스크] G2도 위험하다는데… 전 세계 美·中 경제지표에 촉각
입력 2014-02-06 02:33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신흥국에서 미국과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세계 경제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몰고 올 파장이 신흥국 위기보다 훨씬 클 수 있어서다. 양국의 경기 상황에 대한 분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앞으로 발표될 이들 국가의 경제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경제 회복세 여전히 유효”=1월 제조업 지표가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안팎에선 경제 회복세가 여전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첫 번째로 주재하는 다음달 18∼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의 총재는 4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셰넌도어대 강연에서 “3월 FOMC에서 추가 테이퍼링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디트로이트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은 경제 모멘텀 개선에 따른 조치인 만큼 세계 금융시장은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경고성’ 선제안에 대해 이미 진행된 200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자금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신흥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뉴욕 증시가 급락세를 딛고 반등할 것이라는 ‘바닥론’도 월가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토머스 리 JP모간 수석전략가는 경제방송에 출연, “최근의 뉴욕 증시 하락으로 투자자들은 최고의 매수 기회를 맞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험요소도 여전하다. 특히 지난해 10월 미국 정치권이 합의한 연방정부 부채한도 임시 합의가 7일 종료됨에 따라 한도 재조정을 둘러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작년 10월에 이어 또다시 ‘셧다운(부분 업무정지)’되거나 더 나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게 되면 미국과 세계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경제학자들은 미국 의회가 또다시 미국을 디폴트 직전까지 끌고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시장은 이 같은 위협에 매우 쉽게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자들도 7일 발표되는 미국의 1월 고용지표를 비롯해 경제 상황을 더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보류하는 분위기다.
◇“중국 경제는 의문”=1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중국 경제 성장세에 대한 우려는 확산일로다.
블룸버그 통신은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중국은 개발도상국들 중 경제성장세와 관련해 가장 큰 의문이 드는 나라이자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로스는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이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7.7%를 기록했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7.4%까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중국 경제는 지난 1990년 이후 최악의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는 그림자 금융이라고 불리는 부실금융 문제가 상당히 내재돼 있는 상태”라며 “마침 미국의 출구전략이 구사되면서 중국도 딜레마 상황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금융 시장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전반적인 실물경제의 지표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 여파가 상품시장과 신흥국 경제를 옭아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은 5일 신흥국의 대(對)중국 상품 수출이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으나 도시화 추진으로 인프라 건설이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중국발 원자재 수요는 여전히 유효하고, 신흥국 경제가 받을 타격도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