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신흥국 금융위기는 과장된 것”… 스위스 UBS 대표 등 해외 전문가들 속속 지적
입력 2014-02-06 02:33
신흥국의 급격한 자금유출 위기는 실제보다 과장된 것이라는 해외 분석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신흥국이 일시적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보다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낼 것이며, 지금은 신흥국 투자 기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선진국 경기회복 지연 등 악재가 만만찮다는 신중론도 간과하기 어렵다.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세르지오 에르모티 대표는 지난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갖고 “신흥시장의 대규모 자금 이탈은 짧게 말해 과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탈한 자금이 급히 돌아올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잘못된 방향으로 자산이 쏠린 뒤에는 급격한 반대 움직임이 뒤따랐다는 것을 몇 년간 지켜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제 금융정보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1주일간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투자자금은 63억 달러에 이른다. 이에 따라 모건스탠리캐피털(MSCI) 신흥국지수는 전세계 지수에 비해 40% 낮아진 상황이다. 신흥국과 선진국 주식의 평가 차이가 이토록 벌어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신흥국이 흔들리는 지금이 투자 기회임을 주장하는 경제 전문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짐 오닐 전 회장은 지난 4일 블룸버그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신흥국 금융시장의 끔찍한 새해가 큰 기회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오닐 전 회장은 “문제가 있는 신흥국이 있지만, 이를 신흥국 시장의 위기로 묘사하는 것은 솔직히 우습다”고까지 이야기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자산운용의 러스 코스테리히 수석투자전략가도 미국 경제뉴스 전문 방송인 CNBC에 출연해 “신흥시장 주식은 선진국에 비해 40%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반등을 시사했다. 블랙록자산운용은 이 같은 시각에서 지난달 말 판매사(증권사)들에 투자지침을 발송하기도 했다. 지침에는 “한국 주식의 매력적인 밸류에이션과 글로벌 성장에 대한 높은 노출도를 감안, 한국에 대한 견해를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한다”고 적혀 있었다.
신흥국 위기의 파급력에 대해서도 일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논설위원 기드온 래치먼은 지난 3일 “미래는 여전히 신흥국들에 달려 있다”는 칼럼을 썼다. 그는 “오늘날 신흥국에 닥친 위기는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빨리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며 “강력한 트렌드(신흥국의 성장)와 일시적 위기(자금유출)를 혼동하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사라지지 않아 신흥국의 불안이 금융위기로 흐를 수 있다는 비관론도 맞서고 있다. 노골적으로 언론에 “연준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경제 전문가들도 많다. 월스트리트의 대표적 비관주의자인 마크 파버는 “신흥국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은 이제 막 시작된 단계”라며 “변동성의 원흉은 바로 양적완화 축소”라고 주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채프먼 대학의 테렌스 번햄 경제학 교수는 CNBC에 출연, “연준의 저금리 정책과 신흥국 통화불안 사이엔 ‘심리적 연관관계’가 있고, 꽤 큰 규모의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나는 무서워서 주거래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100만 달러를 인출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