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정신질환도 실손보험 보장받나… 금융위, 법 개정 착수
입력 2014-02-06 02:32
이르면 내년부터 일시적 불안이나 불면증 등 가벼운 정신질환은 실손의료보험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올해 안에 정신질환에 대해 보상을 제한하고 있는 실손보험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으로 보험업법 시행령 등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날 정신질환 중 일시적 불안·불면증, 경증 우울증 등 가벼운 치료로 완치될 수 있는 병증은 보상 대상에 포함하라고 제도 개선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정신질환은 모두 일률적으로 실손보험 보상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소아 및 청소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틱 장애’나 정서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도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진료 기피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권익위는 이에 따라 개선안에 기분장애, 신경성 장애, 생리적 장애와 연관된 행동장애, 소아청소년기 정서장애, 조현병(정신분열병) 등을 보상 범위에 포함시켰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단 권익위가 제시한 가벼운 우울증이나 일시적 불면증 등은 보상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되 업계 관계자는 물론 의료단체 등의 의견도 함께 수렴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신질환의 특성상 진단이나 치료방법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자칫 업계와 보험계약자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험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또 보험 대상을 넓히는 만큼 이번 조치는 보험료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정신질환의 경우 주관적 판단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일시적 증상이 나타날 때 어느 상태까지 질환으로 판단해야 할지도 기준이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벼운 정신질환을 어디까지 판단할지 모르겠는데, 보험금 지급 범위가 늘어난 만큼 손해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보험료 인상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정신질환의 경우 범위가 애매해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가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반대로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때문에 진단 기준 등에 대한 객관적 관리체계를 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정신질환의 실손보험 보상 포함안이 보험료 상승 요인이 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서민가계 및 물가 안정을 이유로 업계가 부담을 떠안으라고 요구할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학계·법조계 등 전문가와 소비자단체, 의료단체, 보험협회 및 보험업계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조민영 고세욱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