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이번엔 꼭 만날 수 있겠지…” 이산가족들 기대半 걱정半

입력 2014-02-06 01:32

20∼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진 5일 이산가족들은 기뻐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만남이 무산되면서 실망했던 충격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평양에 있는 여동생의 아들과 딸을 만나기 위해 지난해 9월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했던 이경주(82) 할아버지는 “기쁘다”면서도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아내 김중기(76) 할머니는 “남편이 건강이 좋지 않은데 기대했다가 또 크게 실망할까봐 걱정”이라며 “차라리 ‘되지도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우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는 지난해 9월 조카들을 만날 생각에 양말부터 옷까지 선물을 잔뜩 준비했다. 북에 남은 유일한 혈육이던 여동생이 어떻게 살다 사망했는지 조카들에게 물을 생각이었다. 이 할아버지는 “조카들이라도 만나야 편히 눈을 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봉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접한 강능환(93) 할아버지는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좋다”며 기뻐했다. 그는 6·25전쟁 당시 황해도 구월산에서 임신 4개월이던 아내와 헤어졌다. 지난해 9월 강 할아버지는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아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그는 “얼른 아들을 만나 부둥켜안고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다”며 “무산되지 않을까 걱정되긴 하지만 꼭 만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강 할아버지는 지난번 만남을 준비하며 싸놨던 선물 꾸러미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의약품부터 화장품, 옷까지 평생 챙겨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준비한 선물이다. 만남이 무산됐을 때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간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제 정말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만날 날까지 건강관리 잘하면서 기다릴 것”이라며 웃었다.

몸이 아파 만남을 포기해야 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홍신자(84) 할머니는 “얼마 전 허리 수술을 받아 먹지도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리던 여동생을 볼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지만 건강이 좋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에 갔더라면 건강한 몸으로 볼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유나 박요진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