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콜센터 상담사 인권개선해라" 서울시인권위 출범 후 서울시에 첫 권고
입력 2014-02-05 16:25
[쿠키 사회] “아침에 눈을 뜨면 회사 오기가 무섭고 두려워요. 답답하고 가슴이 떨립니다. 겉으로는 웃으며 상담하지만 속으로는 늘 울고 있어요.”
서울시 종합민원전화인 120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이 쏟아낸 하소연이다. 자문기구인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5일 “120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의 노동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이들을 보호할 실질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서울시에 권고했다.
이는 2012년 11월 서울시 인권위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정책 권고이다. 시 인권위는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이 극심한 감정노동과 열악한 근무조건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인권위가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상담원들은 민원인들의 불쾌한 언행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다. 상담사들은 평균 매월 무리한 요구 8.8건, 인격 무시 8.8건, 폭언·폭설 6.5건, 성희롱 4.1건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야간 상담 전화의 절반 이상은 취객이 걸어 온 것이다. “너랑 사귀고 싶다” “속옷 뭐 입냐”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질문을 받아도 전화를 끊지 못한다. 폭언이나 성희롱 전화라도 3회 경고한 후에야 전화를 끊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상담업무가 430개로 지나치게 광범위한 것도 부담이다. 출근 체크부터 상담, 퇴근까지 일과가 전부 컴퓨터에 기록되고 모니터링 되는 것도 스트레스다. 시 인권위는 민간위탁 운영이 과도한 감정노동의 구조적·근원적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시 인권위는 이런 조사결과를 토대로 서울시에 권고문을 보냈다. 상담사의 과도한 감정노동 해소와 실질적인 건강권 보장, 휴식권 보장과 폭언·성희롱으로부터 보호,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과 전자감시 등 노동통제 금지, 직접고용 등 고용구조 개선 등 4개 항이다.
문경란 시 인권위원장은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서울시 청사 내에 설치된 콜센터에서 서울시가 제공한 장소와 집기, 정보를 토대로 서울시의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사용자인 서울시가 이들의 인권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