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습 병행제 1호기업 ‘솔트웨어’ 이지은 양… “친구들 대학 졸업할 때면 난 6년차 대졸 직원”
입력 2014-02-05 01:37
“수능 시험 본 친구들이 점수에 맞춰 원하지도 않는 학교·학과에 진학하고 재수를 망설이는 걸 보면서 내 선택이 옳았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일·학습 병행제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솔트웨어’에 취업한 인턴 4개월차 이지은(19)양은 5일 고교 졸업장을 받으면 어엿한 정직원이 된다. 이양은 “처음엔 학교와는 환경도 다르고 어른들과 일해야 하는 회사생활이 무척 긴장됐지만 선배들이 마음을 열고 잘 가르쳐줘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솔트웨어는 지난해 일·학습 병행제 시범사업에 참여해 기업 맞춤형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1호 일·학습 병행제 기업’으로 4일 인증됐다.
이양을 비롯한 6명의 일·학습 병행제 취업자들은 주중에는 회사에서 선배 트레이너에게 기업 현장 훈련을 받으면서 일하고 토요일엔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받는다. 4년 동안 일과 학습을 병행하면 학사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인문계 친구들이 막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2018년 이양은 6년차 대졸 직원이 되는 셈이다.
일·학습 병행제는 기업이 청년 구직자를 채용해 체계적인 이론 및 실무 교육을 병행하며 직무 역량을 기르는 일터 기반의 학습 제도다. 우리나라 정부는 독일, 스위스의 도제 교육에서 착안해 지난해 9월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선 대졸자를 기초부터 재교육시켜야 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청년 구직자들은 조기에 취업해 경력을 쌓으면서 동시에 학위도 딸 수 있다. 학비도 회사와 국가에서 전액 지원하기 때문에 취업자 입장에선 경제적 부담이 없다. 일·학습 병행제를 선택하지 않고 취업한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학위를 따기 위해 자비로 방송통신대학이나 사이버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이양은 “4년 동안 주말도 없이 일과 공부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기는 하겠지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특성화고를 선택했던 당시의 나를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양은 첫 월급으로 어머니 수술비를, 두 번째 월급은 아버지께 용돈을 드리고 동생 학비를 보탰다. 정직원이 되는 이달부터는 월급도 50만원 정도 오르고 4년 후 학위를 취득하게 되면 또 월급이 오른다. 이양은 “4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대학도 졸업했는데 그때도 사원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라면서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특성화고에서 요리를 전공하는 동생에게도 무조건 일·학습 병행제를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일·학습 병행제 취업자에게 월 60만원 정도의 학습근로 지원금과 식비 등을 지원한다. 기업에는 연 2400만원 정도의 인프라 구축 비용과 교재·강사·재료비 등 훈련에 들어가는 실비가 제공된다. 정부는 올해 1300곳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1만개 기업이 일·학습 병행제에 참여하도록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월 말 1차로 500곳 정도 참여 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라며 “기업 및 학생, 학부모의 문의가 이어지는 등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